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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의 문화NGO칼럼
“비판·견제·감시자로서의 시민운동 본질 지켜나가야”

관리자 기자  2003.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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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일을 하다 물끄러미 홀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다 있는데 하필이면 왜 내가 나서서 이러지?”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잘못하니까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참여민주주의를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시민이 어디까지 나서야 할지 또 언제까지 나서야 할지는 시민운동가라면 곱씹어 봐야할 문제이기도 하다.오히려 이 사회에서는 의식을 갖고 나서는 시민이 너무 적어 문제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이 나서는 정도가 한없이 용인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나아가 시민들이 관료들의 일까지 뺏어서 스스로 하겠다는 지경에 이르면 정도가 지나쳐 마찰을 빚게 마련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업보라고 합리화해 볼지라도, 사실 시민과 공무원 각자에게 맡겨진 본분까지 서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공무를 위임받은 관료나 정치인 집단에 대해 시민의 본분을 잃지 않으면서 비판과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본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관료는 관료의 역할을, 정치인은 정치인의 역할을, 제각기 맡은 바 역할을 제 위치에서 제대로 할 때,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안정될 것임에 틀림없다.최근 진보적인 학자들 몇이 시민단체로부터 정권 핵심부로 갔다. 시민단체와 지식인은 권력과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가져야 한다고 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갔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들의 이동이 시민단체 전체로 볼 때 자원의 상실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시민단체와 권력기관의 유착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권력핵심부로 이동했다면 이미 그 순간 그들은 시민단체의 일원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이미 비판과 견제의 대상인 권력의 일원이 된 것이다. 일부 신문에선 확대 해석하여, 결국 권력을 장악한 기회주의자만 있을 뿐이라며 다소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논조로 그들의 이동을 비판하지만, 권력 편에 있는 사람을 단지 권력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느 정도의 권력욕은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우리가 그들을 두둔하려들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정권의 중심 세력으로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또 그들이 시민단체로서의 명예보다 권력을 택한 것을 우리가 탓할 수는 없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평소에 말하던 정책이나 신념을 확실히 지키는지, 아니면 과거 무수한 지식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퇴진하기는커녕 계속 새로운 권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지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그때 우리가 그들의 누추함을 꾸짖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정치판이나 권력 주변으로 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여러 사람들을 위해 고난의 길을 가겠다는 명분을 건다. 권력을 좇는 일을 우리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란 명분 때문이다.그런데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 대의명분이란 본질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므로, 그들의 말과 마음이 같든 다르든 간에 어쨌든 공익이란 본질을 그들이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게다가 공익을 위해서 일할 수밖에 없게끔 여러 가지 제동장치를 덧붙여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는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민의의 대변자나 공공의 관리자로 누가 되더라도 사회가 잘 돌아가게끔 제도를 바꾸고 정착시키는 데 시민들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시민운동은 제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제도가 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서 일을 집행할 수밖에 없도록, 또 지금 누가 하고 있거나 앞으로 누가 하더라도 공무가 제대로 잘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정착시켜 가는 것이다.그래서 시민운동의 올바른 방향은 어떤 자리나 지위를 자신이 차지하거나 아니면 다른 누구로 교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슨 자리나 지위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사회 토대가 되는 제도를 점검하여 보강하고 구축하는 일이다.기득권을 계속 지키려는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의 타성을 감안할 때, 비판자, 견제자, 감시자로서의 시민참여는 공공정책의 입안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로든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집행세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성정치권에서 시민단체의 인물을 뽑아갈 때 우리는 시민사회의 일부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를 당할 때에도 아마 마찬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는 낙담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 권력을 잡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