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구강보건사업 ‘ 절실 ’
예방사업 하루빨리 보험적용 받아야
치의들 구강보건교육에 적극 임하기를
정부 민간부문·공공부문에 ‘당근’줘야
2003년 3월 29일 힐튼호텔 국화룸에서 대한구강보건학회와 국민구강보건연구소가 주최하는 국제 심포지움이 열렸다. 보철학회나 교정학회에서 하는 심포지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돈 안되는’ 이런 학회에는 소수정예만 모인다.
이 날도 100명 남짓한 수의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등이 심포지움에 참석했다. 괴질과 전쟁으로 대만과 미국 연자들은 참석을 하지못했으나, 일본, 몽골,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온 연자들은 각각 자국의 구강보건실태와 구강건강증진계획 등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과 대만은 12세 아동의 DM-FT가 감소하고 있다. 일본은 3.0이하로 떨어진 상태이고 대만도 4가 넘던 DMFT가 3.3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후진국병이라는 치아우식증이 우리나라는 아직도 증가상태에 있다.
최근 20년 동안 치과의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구강병 또한 증가상태에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치과의사와 정부당국 모두가 구강병에 대해 너무 태만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선, 치의사로서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구강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의료인이 치과의사이기 때문이다. 치의사는 환자들이, 더 크게는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구강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
또 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사업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등한히 했던 것인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경제라는 논리를 생각해야만 한다.
특히 개원가 입장에서는 이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구강보건교육을 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그것은 그 만큼 그들에게는 소득의 감소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일일이 교육하려 하면 그만큼 시간을 할애해야 하거나, 진료보조원을 더 두어야 한다. 게다가 치아홈메우기, 불소도포, 치면세마와 같은 예방사업은 아직 보험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수요자들마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즉 개원의에게는 사명감이나 윤리의식을 뺀다면 이러한 것들을 할 만한 매력이 별로 없다. 결국 이런 사업들을 하게 만들 어떤 당근도, 채찍도 없기에 소홀히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본의 지배를 덜 받는 공공부문을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공공부문에서는 민간부문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은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대부분이 스스로 공공부문에서 근무하겠다고 자처한 게 아닌, 군복무 대체 공중보건의로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되도록 최소한의 일을 하고 싶어한다.
최선을 다해 일해 본들 그들에게 돌아올 만한 것들이 별로 없고 처음부터 별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족할 만한 정책을 짜줄 어떤 기관도 5년 전까지는 없었고, 사업들을 계속해서 책임지고 관리해 줄 사람도 없었다. 그러고 보면 여기에도 어떤 당근도 채찍도 없다.
다행히도 5년 전에 보건복지부에는 구강보건과가 생겨났고 작년부터 치아우식증을 줄이기 위해 치아홈메우기 사업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우리나라 구강건강의 앞날이 어둡지 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 당근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강보건교육도 수가를 만들어 민간부문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예방사업도 하루빨리 보험적용을 받아 국민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현재 예방사업과 교육사업을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의 주체인 공보의에게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치과의사들도 우리의 진정한 사명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구강건강을 책임진 의료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좀 더 구강보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었으면 한다.
황수정 / 서울대학교 대학원 예방치학교실 석사 2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