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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번째 이야기
길호의 꿈
조문건 / 구리 세란치과의원 원장

관리자 기자  2003.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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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는 동기는 어느듯 조교수에서 부교수급, 개원한 친구들은 탄탄한 중견개원의들이 되어들 있고...... 다들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자리는 잡았을터이니 지금쯤 갖고있는 꿈들은 다들 무엇일까? 돈많이 벌어 큰 빌딩하나 장만하여 궂이 남의 치아를 뽑지 않고도 먹고 살수 있는 방도를 빨리 마련했으면 하는 친구도 있을거고, 산좋고 물좋은 곳에 텃밭달린 전원주택을 마련하여 노후에 마누라랑 텃밭일구며 살리라는 소박한 꿈을 가진 친구도 있을거고, 아마도 문우같은 친구는 의료선교사가 되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오지를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파하며 참사랑을 실천할 꿈을 가진 친구도 있을터이고, 민갑이같은 친구는 좋은 시설을 갖춘 장애자진료센타를 개설하여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진료할수 있는 꿈을 가진 친구들도 있을터인데..... 참,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논문을 쓰리라는 꿈을 꾸고들 있겠지(뭐라고, 그런 꿈은 접은지 오래라고. 박봉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나 저제나 개업할 시기만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고?). 그나저나 우리 총무님 길호의 꿈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환갑되는 해에 첼로독주회를 여는 것이란다. 길호가 음악에 열정과 재능이 있어 오래전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아 온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첼로를 배우기 위한 사전포석일 줄이야. 게다가 이 나이에 배우기 시작해서 환갑되는 해에 독주회를 열고 싶은 큰 꿈을 갖고 있다니. 정말 가치있다고 생각들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악기도 거금 이천오백만원짜리를 샀다고 하는데. (큰 아들 악기는 기십만원짜리를 사주는 바람에 둘이서 연주하노라면 일단 악기에서 한수 접고 들어간다고 하니 나잇살 먹은 이가 젊고 재능있는 이를 누르는 유일한 방법이라 사료되는바라.)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들린다고 하지만 묵직하고 깊은 저음의 첼로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큰 희열을 맛본다는 길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좌우지간 대기만성형의 친구 길호 덕택에 우리 동기들은 환갑되는 해에 음악의 전당에서 친구의 첼로독주회를 가 볼수 있는 행운을 누릴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는 정말 좋은 학교를 다닌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아직은 먼 훗날 일이겠지만 그날 입고 갈 양복과 넥타이 색깔을 골라 보는 꿈을 미리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