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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재확진자가 삼킨 어느 치과의 고통

사랑니 발치 후 원장 직원까지 줄줄이 격리 멘붕
진료 공백·치과 이미지 실추 누가 책임지나 하소연

윤선영 기자 기자  2020.05.12 18: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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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발생 100일. 완치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치과 방문이 일선 개원가에서는 새로운 근심으로 다가서고 있다. 완치 판정 후 재확진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다 무증상도 상당수인 만큼 사전 인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진료 재개 후 사후 수습마저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을 실제 경험한 치과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서울 강남에서 개원 중인 40대 K 원장은 지난 7일 오전 치과를 찾은 10대 환자의 사랑니를 발치한 다음 돌려보냈지만 이틀 뒤인 9일 관할 보건소에서 해당 환자가 재확진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 달 전 해외에서 입국한 이 환자는 당시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4월 27일 최종 완치됐지만 불과 12일 만에 재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확진자 다녀간 치과 공개 ‘일파만파’
당장 9일 오후 지역 보건소 방역팀이 방문해 대대적인 방역을 진행한 후 12시간 동안 폐쇄 명령이 이어졌다. 그나마 주말인 관계로 휴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K 원장과 상담, 파노라마 촬영, 어시스트, 수납 직원 등 6명의 관계자가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관할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K 원장을 비롯한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관할 보건소에서는 정부 방침대로 방역을 모두 마쳤고, 접촉자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11일부터 정상진료가 가능하다고 통보했지만 정작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우선 10일 오후 해당 진료실이 7일간 사용금지 통보를 받았다. 이어 단순 파노라마 촬영 직원을 제외한 5명의 치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4일간 자가격리 조치가 시작됐다.


이중 K 원장은 약 12분간 진행한 발치 시술 때문에 한 달 여만에 생애 두 번째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그는 “원래 외국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강의할 예정이었는데 미국 입국 후 강의가 모조리 취소되면서 지난 3월 23일 귀국한 후 2주간 자율적인 자가격리를 거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날 K 원장의 치과 이름이 관내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고, 구청 홈페이지에도 공개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사태의 파장이 확산됐다.


#확진자 내원 땐 “철저한 환경관리 필수”
당장 환자들이 코로나19 검사 여부 등을 문의하기 시작한 데 이어 11일 오전에는 확진자가 지나간 체어에서 진료 받은 7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통보가 전해졌다. 이후 진료를 받았던 까다로운 환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직원들의 한숨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방역당국은 철저한 사후 환경관리를 조언한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예방·관리’지침에 따르면 우선 의심 환자동선을 따라 출입문 손잡이, 대기의자, 접수창구 등 모든 표면을 철저히 소독한다. 소독제는 50배 희석 염소계열 소독제(유효염소농도 1000ppm)를 사용하되 소독 시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아울러 소독제를 분사해서 사용하지 않고, 일회용 타월 또는 깨끗한 타월에 소독제를 적시거나 제품화된 소독티슈(타월)를 이용해 환경 표면을 철저하게 닦는다. 또 환경 표면에 유기물이 있으면 적절하게 소독이 되지 않으므로 소독 전 표면을 닦아낸다. 이처럼 환경 소독이 끝나면 시간당 환기 횟수를 고려해 충분히 환기(시간당 6회 이상 환기 조건에서 최소 2시간 필요)시킨 후 진료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프로토콜이다.


실제 치과 임상 현장에서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된다. 마스크를 착용한 확진자와 대화한 직원이 접촉자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단독개원의 자가격리 사실상 폐쇄”
격리 기간 동안 본 피해에 대한 보상 논의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K 원장은 “현재 법적으로 코로나19 완치자를 진료 거부 할 수 없고, 무증상 완치자를 차별할 수도 없는데 이런 경우 자가격리 기간 동안의 손해는 누가 보상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말 무증상 확진자 방문으로 2주간 치과 문을 닫은 바 있는 J 원장 역시 “예약 연기나 치과에 대한 이미지 타격을 생각하면 단순히 숫자로 피해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식당이나 편의점은 다른 사람이 와서 물건을 팔거나 할 수 있지만 저 같은 단독개원의의 경우 사실상 폐쇄된 것과 마찬가지인데 실제 폐쇄 행정처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다만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보상지원팀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위치해 소독 및 휴업으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검토 중이며, 이름이 공개된 의료기관의 경우 별도 보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