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고
매듭은 밖으로 드러나고...
신혼 여행 후, 첫 출근날.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차려주고 신랑이 출근준비를 마치고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산뜻한 분홍색 셔츠를 입고 깔끔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이.
뭔가 빠져있기에 한 마디 물었습니다.
“여름에는 넥타이를 안 매고 다녀도 되나보지?"
“아니야. 넥타이를 맬 줄 몰라서..."
앗.제가 만난 그이는 항상 넥타이를 예쁘게 맨 모습이었거든요.
“그럼. 이제까지는 어떻게 한 건데?"
“아버지가 매 놓은 넥타이를 매고 다닌거지"
이렇게 해서 결혼 전에는 모르던 모습을 알게 되나 봅니다.
TV 드라마에서 본대로라면 아내가 아침에 남편의 넥타이를 매주면서 옷도 매만져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마저도 넥타이를 맬 줄 모른답니다.
“알았어. 내가 아빠한테 배워와야겠다."
지난 일요일, 아빠께 도움을 요청했지요.
“아빠, 넥타이 매는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그이가 맬 줄 모른다고 해서요."
아빠는 요즘 사람들, 넥타이 맬 줄 모르는 사람 많다면서 선뜻 가르쳐주십니다.
아빠가 하시는걸 보면 참 쉬워보이는데도, 제가 막상 해보려니 맘처럼 되지는 않더군요. 여러 번의 연습끝에 겨우 방법을 익혔습니다.
드디어 월요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편의 넥타이 매기를 시도했습니다.
아니! 그 전날 그렇게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겁니다.
삼각형이 찌그러지기도 하고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잘 생각해봐~"라는 그이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미안. 다시 배워올께"
오후에 만나게 된 남자선배. 제 눈이 그의 목을 향해 번뜩였죠.
“저, 넥타이 매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화요일 아침, 이번에야말로 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맞은 아침.
배운대로 넥타이를 매 놓고 뿌듯했지요.
그러나...“이건 너무 긴데..바보같아. 버클 바로 밑에까지 오는게 좋거든"
하는 수 없이 풀러서 다시 맸지요. 그러나 역시 길대요. 이번에는 짧은 쪽 고리를 길게 잡아서 다시 맸더니 얇은 쪽이 두꺼운 쪽보다 더 길어지는 불상사 발생.
에구구. 그렇게 다시 매기를 대여섯번.
“난 몰라~ 저녁 때 다시 하자. 나 배고파. 밥 먹을래"
남편은 결혼하고 열흘 째, 넥타이 없이 출근하고야 말았습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넥타이를 맬 줄 모른다는 남편이 한심하기도 하고, 그런 남편을 위해서 이 나이에 넥타이 매는 것을 배우러 다니는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지요.
한편으로는 사소한 일이지만, 내가 그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구요.
내일은 기어코 멋지게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그이를 배웅해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