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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 개원 5년차, 현재 진행형…
93년 조선치대 졸
현 광주 오치과 원장

관리자 기자  2003.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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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가까워지는 즈음 인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창시절 목표는 무사히 빨리 졸업하는 것이었다. 졸업하면 자유로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마음껏 좋아하는 산을 오르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리저리 떠돌며 여행을 실컷 할 줄 알았다. 한동안 ‘헤르만 헤세’의 수많은 글들을 읽으며 내게도 그런 삶에 대한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갑자기 눈에 콩깍지가 씌인 채(?) 덥썩 결혼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세월은 나의 목덜미를 잡고 쉬지 않고 흘렀다. 그러는 사이 늦었지만 치과를 하게 됐다. 그리고 초보원장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어찌어찌 바쁘게 살다보니 벌써 10년째다. 이젠 가끔씩 현재의 삶이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이제야 조금씩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걸까? 무엇인지 모를 갈증에 목말랐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희미해졌다. 알 수 없는 열정과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방황했던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가 버렸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이 시대를 살면서 아직까지도 그런 미련이 내게 남아 있었던 것일까? 암울했던 80년대 말을 지나면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함께 하는 세상이 온다고 믿었던 그런 아쉬움이 내 머리 저편에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막을 수 없는 40대가 가까워지는 즈음에 비록 조그마한 치과에서 한적하게 살고 있지만,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고, 인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세상을 계산하듯이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가정과 치과에 매어 있지만 삶에 대한 다양한 면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겪은 시행착오와 시련 역시 달게 받아야 할 것 같다. 때론 좌절도 하고 분노도 일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으므로,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그것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