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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주최 ‘디지털 허라이즌’ 심포지엄
구 영 <서울치대 교수>

관리자 기자  2002.08.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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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필자가 속한 대학과 병원은 지금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과 치과병원 독립이라는 그야말로 획을 긋는 변화와 개혁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치과계에도 지난 30여년을 끌어왔던 치과전문의제도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도하개발아젠다(DDA)에 따른 의료시장개방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머리가 혼미할 정도의 이러한 내외의 변화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안든 시대적 요구에 따라 그 속도를 더할 것임이 분명하며,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10년, 20년 후의 우리 치과계를 어떻게 변모시킬지를 예측한다는 일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과연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필자는 지난달 28일 삼성 이건희장학재단에서 주최한 디지털 허라이즌(Digital Horizon)이라는 학술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고 국내외 석학들의 눈을 통해본 10년 후 미래 변화상을 조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지면을 통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심포지엄의 연자로는 ‘Being Digital’의 저자이며 ‘디지털 전도사’로 유명한 미국 MIT 대학의 네그로폰테 교수, ‘shot gun’방법을 이용한 염기서열분석법을 개발하여 인간게놈 프로젝터를 단기간 내 완성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크레이그 벤터 박사, 제임스 스필커 주니어 스탠포드대학 교수 등의 해외석학이 나섰는데 이들은 “10년 후 미래사회는 지배적인 질서와 규범이 타파되고 사회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창의성이 최고의 가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석학들은 특히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IT, 지노믹스 등 지식기반 산업이 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삶의 질이 부각되는 사회가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조연설에 나선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아이디어 문화 창출’이라는 주제 연설을 통해 “혁신은 기존의 규율을 거스르고 다수의 의견에 반대해 혼란과 모순을 야기하는 비효율적인 것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사회나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개혁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젊은층, 다양성, 상호협력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도상국가에서는 획일성과 통합성(unison)이 강조되지만 이는 창조적 인간을 양성하는데 최대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싱가포르를 예로 들면서 이 나라는 부와 친절, 청결 등 모든 부분에서 A플러스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모범국가이지만 획일성과 규칙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창조적 시민을 양성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한국은 여전히 획일성이 존재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패널로 나선 크래이그 벤터 박사는 “한국은 지노믹스의 선진국에 이미 진입한 상태로 인터넷 등 바이오산업을 위한 기반이 튼튼하고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향후 경쟁력이 있는 여러 부분과 기초과학에 투자가 충분히 이뤄질 경우 세계 바이오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생물학, 의학, 공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 걸친 센터의 구성이 적극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타 학문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이 교육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대학교육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치의학은 한때 의학의 변방에 머무르면서 의료계의 서자로 취급된 적이 있었다.(The Science, 2000) 우리가 현재의 위치와 학문 발전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주저한다면 또 다시 그러한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주위의 환경은 무서운 속도로 급변하고 있으며, 타학문의 발전의 속도와 내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고, 과감히 도전하려는 자세와 의지가 충만하다면 10년, 20년 후의 치과계는 과거와 같은 변방이 아니라 의료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몇 번이고 곱씹어 보면서 심포지엄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