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는 의약분업과 상관없나
의사들 싸워서 의보수가 올랐을 때
“같이 오르겠지”라는 생각 버려야
동네에서 내과를 하는 절친한 친구가 하나 있다. 어제 그 친구는 실로 오랜만에 병원 문을
닫았다. 평소에 휴가도 거의 안가고, 가더라도 공휴일 껴서 하루나 이틀, 그것도 대진의 두고
가곤 하던 친구가 병원 문을 닫고 의사들의 의약분업 따른 의권을 ‘쟁취’하기 위해
여의도로 출근한 것이다. 사실 쟁취라기보다는 회복이라고 해야 더 옳은 말이 될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오던 것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므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너희는 데모 안 하니 ? “우물쭈물거리는 나에게 이렇게 또 얘기했다. “하긴 너네는 큰
상관없을 수도 있으니까."
과연 그럴까 ? 우리들 치과의사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변화에서 큰 상관없이
조용히 흘러갈 수 있을까? 우리가 처방하는 약이 몇 가지 안되고 병원 수입에 거의 영향이
없으니 의약분업이 이대로 진행되어도 좋을까? 정부가 의보수가를 조정해서 의사들의 손실
분을 보상해 줄 것인가? 많은 분들이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계신 줄 알고 있다. 다만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작금의 의약분업 사태는 우리 의료인, 특히 병원 경영의 주체인 의사들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수십 년을 저수가 의보정책에 집착하여 국민을 달래옴으로서
파행적인 운영을 사실상 조장한 셈이며, 현재의 수가로는 병원 경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당국자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급여 부분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사실상 병원운영을 불가능하게 해놓고, 의사들이 마치
그것을 통해 치부나 하는 듯한, 좋지 않은 의사상과 불신감을 알게 모르게 국민들에게
심었다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두 얼굴 정책인 것이다. 하물며 의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의보수가를 가지고
병원을 운영해야하는 치과의사들은 비급여수가에 더욱 더 비정상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이것을 가지고 관계당국은 항상 치과는 비급여 부분이 많으므로 괜찮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일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온 것이 여태까지의 가감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의약분업이라는 명분상 거부하기 힘든 주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신의 호주머니만 부풀리는 집단이기주의의 표본인
양 으름장을 논 것이다. 의사의 기술료가 2000원에 불과하고, 검사료는 원가에도 못미치며,
그나마도 약가 마진에서 근근히 버텨오던 개원의들은 이제 앞으로의 병원 경영이 막막한
상태이다. 이는 부의 축적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병원 경영이
의사에게는 곧 생업이므로.
의사들은 주장한다. 의보수가 현실화와 완전 의약분업을 통하여 적정 인원만 진료해도 병원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살아 남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전문가 집단의 절규치고는 너무나 가련하고 , 이런
말이 나오는 이 국가적 시스템이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
자, 우리들 치과의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우리의 동료들이 여의도의 삭풍 속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을 때 우리는 일단은 남의 일인 양,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인가 ? 우리의
대표 기관인 치협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치협의 공식적인
입장 정리를 위해 회의라도 정식으로 연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만약에 의논이 있었다면
어떠한 의견이 오갔으며, 협회에서는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던가 하는
일말의 소식도 찾아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치의학도 의학의 큰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며, 우리는 각자의 전문화된 특성만이 다를
뿐이지 똑같은 의료인이고, 똑같은 병원을 경영해야 하는 개원의인 것이다.
우리와의 직접적인 영향을 굳이 따지자면, 의약분업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할 의보수가가 문제인 것이며, 이는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의보수가에서 헤매이는 치과의사들로선 매우 큰 사안인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더
목소리를 내야하는 입장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욱 근본적으로 깔려있는 정부 당국의
의사들을 보는 냉소적인 시각과, 각종 언론 매체가 의사들을 무조건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고, 이번 문제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려는 지극히 편향적인 분위기가 문제인 것이다.
최소한 이점에서 만이라도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