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과계의 거목이시며 스승이신 존경하옵는 서영규박사님 영전에 머리숙여 고합니다.
온화하지만 흐트럼 없이 꼿꼿한 선비의 모습과 너그러운 인품으로 항상 주위를 자애로움으로
가득하시던 박사님을 이제 더 이상 뵐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렇게도 사랑하시던 가족들과 친지, 후배들을 두고 무엇이 바쁘셔서 그토록 속절없이
홀연히 떠나시렵니까?
인명은 재천이고 무상한 것이라지만 저희들의 슬픔과 애통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저리어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박사님의 삶은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겸허함과 성실함 속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진실되게 살아오신 생활 방식은 항상 주위에 모범이 되어 주셨습니다.
서영규 박사님!
선생님은 해방되던 1945년 경성치전을 졸업하시고 치과계에 몸담은 이래 학계와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을 지내시고 전국의 회원을 두루 살피시는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을
두 번씩이나 역임하시며 오늘의 치과계 기반을 다져주셨고 그후에도 항상 자신을 희생하시며
개인의 안위보다는 치과계 발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주신 것을 우리 후배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불편하신 건강 속에서도 치과계를 걱정하시고 애정어린 눈길로 우리
모두를 감싸주시던 자애로운 선생님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진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박사님을 이제 이승에서는 다시 뵈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이제 선생님은 영원히 다시는 뵈옵지 못할 저 먼 곳으로 떠나시지만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선생님이 계시던 그 자리를 저희들이 지킬 것이오니 선생님이 평생 마음의
안식처로 삼으셨던 성모마리아의 품에서 또 다른 밝은 세상을 만나시어 편히 쉬십시오.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저희 모두는 삼가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2000년 3월20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