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진료 형태를 융단폭격이라 부를 수 있다.
많은 검사를 하고, 많은 엑스레이(X-ray)를 찍는다.
교통사고로 뇌에 조금 충격을 받았을 때 X-ray를 찍어도 나타날 것이 별로 없는데도 대형
X-ray를 10장씩이나 찍어 댄다.
X-ray를 많이 찍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의 법이 의사들로 하여금 X-ray를 많이 찍도록
강요하고 있다. X-ray를 찍지 않고 진료를 하면 의료보험조합에서 진료비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때로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두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 때
의사가 책을 잡히게 될까 봐 X-ray를 찍어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을 관찰하지 않고 검사의 수치나 X-ray 등을 많이 참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간염이나
AIDS 등 전염성이 강한 병이 많기 때문에 어떤 의사들은 환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눈에는 안경을 끼고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아예 멀찌감치서 관찰한다.
옛날 의사들은 진맥만 해보면 병의 진단과 깊이를 알 수 있었는데, 세월이 갈수록 그런
의사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검사의 수치와 그림자에 불과한
X-ray의 사진에 진단을 의존하는 의사가 많아지고 있다. 또 때로는 병이 나지 않았는데
사전건강진단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 일본의 경우 병이 나지 않았을 경우 사전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많다. 그것은 검사를 해봐도 중요한 병을 별로 알아낼 수
없고, 검사 중에서 좋지 못한 수치가 나오면 기분만 나쁠 수 있으며, 또 어떤 경우는 검사를
해서 중요한 진단이 나와도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각종 검사 수치가 병의 진단을 정확히 해 줄 수 있을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혈압의 경우 90∼110인데도 아주 위험할 수도 있고 110∼140인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개인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결정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잘 관찰하여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사람은 관찰하지
않고 수치만 관찰하니 정확한 진단이 나올 수 없다.
의학은 발전되는데 온의사는 적어지고 반쪽의사는 많아진다.
말하자면 전문의는 많아지는데 명의는 별로 없다.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하고 지나치게 이론적인 오늘날의 의술은 비판받아야 한다.
전문의는 많은데 명의는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양의학을 수입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전통적인 우리 한의학을 첨가한다면 좋은
해결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풍부한 진료경험과 환자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허준 같은 명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