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전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는 벗어났지만 힘과 이념을 앞세운 강대국의 강요로 민족의
의사와는 달리 한반도의 허리가 잘리고 말았다. 그 후 민족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한 것이었다. 분단과 대립으로 유발된 6·25 전쟁은 수많은 젊은 피로
이 땅을 적셨으며 민족 구성원의 가슴에 깊은 반목과 불신을 심었다. 많은 생산기반과 국토
그리고 민족의 귀중한 문화 유산과 아름다운 생태계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심성마저도 파괴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민족은 아직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불안한
정전체제하에서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아래 살아가고 있다. 1994년 영변 핵 위기, 1999년
금창리 핵 위기와 서해교전 등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전쟁의 공포는 우리 남북 구성원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더구나 세계는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상호 협력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준전시상태와 군사적 대결은
동북아 평화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단 반세기가 지난 오늘 드디어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기대와 흥분으로
숨죽이며 회담을 주시하는 것은 과거에 추진되던 정상회담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정상회담은 일관된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즉흥적인 회담 추진과 흡수통일주의자와 냉전전사가 갑자기 정상회담에 임하는 식의
단기적이며 의례적이며 정략적인 회담이었지만 그나마 성공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사상시비와 색깔논쟁에 휘둘리면서도 일관되게 주장해온 통일정책과, 베를린
선언에서 천명한 것과 같이 실질적으로 남북문제와 통일 문제를 진전시키는 구도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엄청난 기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국민들의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성공적이고 지속적인 회담의 요구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문화계의 지속적 문화 교류의 요구,
여성들의 입장과 요구, 환경공동체운동 제안, 종교계의 역할, 통일농업의 과제, 통일 교육의
과제 등등 모든 부문에서 통일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DMZ평화생명마을추진위원회」가 발족하는가 하면 「올바른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민간모임」 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 사회 공동 토론회」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3백인 선언」 등이 눈에 띈다. 우리 치과의사 역시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과제와 역사적 책무를 방기하지 않고 민족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방안을
위한 논의가 활기를 띄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