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하여 -
사람들은 공기 중에 살면서도 그 존재 및 절대성을 망각하고 살아가듯이, 대부분의
의료인들도 의료정책의 제한속에서 직업활동을 영위하면서도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차츰 의료인들은 그들의 일상적인 직업활동에 부당한 간섭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의료인들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결론짓고 급기야는 집단행동으로 그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하여 가장 적절한 대치 방법이
무엇일까를 의료정책적인 측면에서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로 세계 각국의 의료정책과 그에 수반되는 제도를 이해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크게 미국, 유럽, 그리고 극동식의 세가지 의료제도권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미국식은 개업의료인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선택의 기회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배경은 의료계에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의 질과
의료교육을 창출하였을 뿐 아니라 90년대의 미국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한 예로써,
美상무성 무역통계에 의하면 美 의료기 산업계의 총수출액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높은 의료수가 및 일부 균등하지 못한 의료혜택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며,
현 행정부에서 끈질기게 의료개혁을 추진하여 오고 있으나 이는 곧 의료직업 운영상의
자유와 기회를 제한하는 쪽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의료단체의 반발로 인하여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제대국이지만 GNP 대비한 국가의 의료비 지출은 높은 편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나라마다 다소간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회주의식 의료기회분배에 바탕한
인본주의 위주의 의료제도를 영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결과로 GNP 대비 국가의료비
지출은 가장 높은 편이다.
대체로 국민은 균등한 의료혜택을 부여받으나, 경우에 따라 의료제공의 부족에 기인한
진료기회의 결핍으로 인하여 곤란을 가지며, 특히 첨단 장비를 이용한 특수치료인 경우에
심하다.
이는 의료운영상의 제도적 제한으로 인한 의료인의 직업운영에 대한 동기와 이에 따른
투자의욕이 없거나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의료인들에게 일부 자유개업 및 경영의 독립성을 부여하고 그 문호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이다. 의료의 질은 대체로 중간 정도를 유지한다.
극동식이라 함은 우리나라나 일본의 제도를 일컫는데, 특징으로는 의료수가를 체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독립된 의료기관의 경영에 국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며 동시에 전체 국민에게
의료혜택을 부여한다.
결과로 전체 국민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나, 이 때 GNP 대비 국가의 의료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편이다. 이는 또한 모든 의료제공자의 직업적인 경영을 이 영향권내에
귀속시킴으로써 의료제공의 질을 비롯한 지역적 차이에 대한 평준화를 유도한다.
이 제도하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의료인의 사기 및 투자가 점차 저하되며, 이에 따른
결과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동시에 진료기회도 줄게
된다.
그러므로 이 제도는 기간동안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현재 우리 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의료의 질 역시 중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제도권이 허락만 한다면 대부분 의욕적으로 투자하고 자유롭게
운영하고자 한다.
문제는 현행 제도에 있다. 이는 70년대에 기초된 것으로 시대가 바뀌어도 도무지 변화의
기미가 없다. 급변하고 있는 21세기에서 오래된 제도가 의료인들의 직업적인 동기를 얼마나
크게 좌절시키고 있는지 정책 결정자들은 잘 모른다.
더군다나 그들은 사실을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캐나다의 한 정책학 교수는 이를 고위
권력층이 흔히 소유하고 있는 엄연한 진실에 대한 「Blind Syndrom」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만 기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의료계가 변화하여 스스로
대처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그동한 소홀히 한 점이 있다면 그 업보를 지금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시련기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겠다.
즉 의료인협회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개선된 의료정책을 연구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 결정자들이 이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