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열린 요양급여비용협의회에서 초대 위원장을 선출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다. 의협과 정부가 밀약한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됐으나 다른 의료단체들이
李起澤(이기택) 치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천거하고 나오자 당황한 의협측은 위원장 선출을
미루고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이틀 후인 31일 의협의 비상공동대표 10인
소위원회에서 정부당국에 11개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수가계약을 각 단체별로 하고
요양급여비용협의회 대표는 의협회장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수가계약제 등 의료보험문제를 마치 의협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의료보험 급여비가 의사들의 몫이 많다 보니 자연히 그러한 오만함이 스며든
것 같다. 분명히 지난 7월 25일 의료단체장들이 모여 요양급여비용협의회를 구성키로 하고
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호선된 자로 한다는 자체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자신이 위원장이 되지
못한다고 이를 파기하고 나서려는 행위는 최고의 지성인을 자부하는 의료인의 자세는 분명
아니다. 더 나아가 이미 법으로 발효중인 국민건강보험법을 고쳐서라도 수가계약제를 각
단체별로 해야 한다는 궁색한 주장을 내놓은 것은 더 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다.
물론 의협 입장에서 보면 의약분업 등 일련의 사태를 주도해 가며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의료계에는 의사단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수가 문제는 급여수령액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의사단체 회원이 상대적으로 많아 급여액이 많은 것일 뿐 의료인
개개별로 보면 누구나가 중요한 사안이다. 이것을 단지 급여액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협이 의료계 대표가 돼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다.
29일 협의회에 참석한 위원 가운데 宋在聖(송재성) 복지부 보건정책국장과 金在正(김재정)
의협회장, 羅錫燦(나석찬) 병협회장은 다른 의료단체인 林成森(임성삼) 치과병원협회장과
金熙中(김희중) 약사회회장, 崔煥英(최환영) 한의협회장, 박상동 한방병원협회장,
金花中(김화중) 간호협회장, 그리고 조산협회장 등 7개 의료단체장이 왜 치협회장을 적극
천거하고 나서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의협이 의료계 대표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
당국자도 더 이상 한 특정 단체만을 편드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계속해서 중앙부서로서
중립적인 관리기능을 포기한다면 의료계 전체가 그 책임을 반드시 물으려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어느 한 단체장을 의료계 대표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다. 중앙부서의
시각이 그렇다면 다른 의료단체의 발전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치과계도 이제 명확히 사태를 깨달아야 한다. 의약분업 사태 때 왜 의사단체를 거들지
않느냐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의사단체가 결코 의료계 전반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에 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의사단체는 언제나 자신만의 이권에 집착해 있을
뿐이다. 치과계도 치과계 스스로 단결하여 자신의 권익을 지켜 나가지 않는다면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