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근본적으로 웃 어른에 대한 예의에서 남에 대한 배려와 덕을 배우며 생활화해
왔지만 근대화,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 인격보다 실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실리주의적
사고로 변질돼 갔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회적 구조가 인간애가 중심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사회적 잣대에 의한 실력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가 만연해 갔다. 이러한 풍토는
우리나라 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요즘은 교육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가면 여전히 실력으로 인격까지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교육속에서 자란
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평가잣대를 자신도 모르게 주로 실력으로
삼는다.
치과계도 혹여 이러한 풍토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근래 의약분업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의약분업의 본질적인 문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곪아진
문제를 접하게 된다. 최근 간호사단체에서 보여준 안티-의사 풍토는 심지어 의사단체에서
주장한 대정부 요구안중 일부를 전면으로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의
질환을 완치하도록 노력하는 파트너 관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평소 의사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균형을 잃어 오지 않고서는 안티-의사 풍토가 일어날리 없는 것이다.
특히 치과계의 경우 치과의사의 지시에 의해 일을 해야 하는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
치과기공사 더나아가 치과업체들로부터 흉금을 터놓고 속마음을 들어보면 치과의사들에 대한
존경심보다 불만과 불신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적인 대우부분이다.
최근 치과위생사단체의 회장이 치협의 회장에게 지적한 점은 이를 대변하고 있다.
치과의원이 항상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도 기혼인 보조인력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때 치과의사들로부터 모멸감을 받은 보조인력들이 결혼 후 지아비를
섬기는 몸으로 그러한 모멸감을 누가 또다시 받고 싶어 하냐는 반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인성이 없는 실력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치과의사의 보조적
인력이 치과의사와 파트너쉽으로 근무할 때 그들은 자발적으로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환자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그러한 사고의 전환은 사회전반에
퍼져야 할 과제이다. 직장동료간에도, 같은 직종의 전문인간에도, 또는 사제나 친구간에도,
부부나 어버이와 자녀간에도 몸에 베여 있어야 한다.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정신, 禮(예)와 德(덕), 謙讓(겸양)을 되찾는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지난 19일 치협 이사회에서 이러한 의미로 “서로
존중하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러한 캠페인이 사회전반에 큰 물결로 퍼져
나간다면 갈등구조로 풀리지 않는 의약분업 사태도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