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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거르며 방문진료 구슬땀
김미영 과장(영등포 보건소)

관리자 기자  2000.10.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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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든든한 ‘벗" 힘겹지만 소외계층 관심으로 ‘보람"
영등포구청내에 있는 영등포구 보건소에 가면 특별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구강보건과에 근무하는 김미경 과장이다. 그녀는 매주 평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구내 저소득장애인 및 노인정,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벌써 3년째 해오고 있다. 물론 오후엔 보건소내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과장은 “보건복지부 업무지침상 지역주민의 구강건강증진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구강보건사업계획의 일환으로 구강보건실태조사, 구강보건교육, 구강질환예방 및 진료등 각종 구강보건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인데요."하며 애써 자신의 선행을 감췄다. 김과장이 보건소에서 근무한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간다. 3년 계약직이기 때문에 올해 다시 재계약을 한 상태다. 그전엔 대학 졸업후 개인치과의원을 개원했었다고 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장애인은 정상인에 비해 치과질환의 발생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관리능력의 부족으로 보철을 포함한 진료수요가 훨씬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원여건은 그렇지 못해 김과장은 이점을 늘 안타까워하고 있다. 실제 보건소에서는 차량지원과 중증장애인 치료를 위한 도우미 지원이 거의인 셈이다. 더욱이 방문진료의 큰 애로는 간단한 치료밖에 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나마 중증장애인의 경우 힘든 치료는 도우미를 통해 일일이 보건소까지 어렵게 와서라도 진료를 받는다지만, 오히려 일반 장애인과 노인들은 귀찮아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김과장은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교육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생 구강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손수 제작하기도 했는데 곧 소책자로 발간해 홍보활동도 할 계획이다. 김과장이 취학전 아동에 대한 ‘치카치카 불소용액양치사업"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 방문진료는 김과장과 간호사 한 명이 전부이며, 이들 외에 서울보건전문대와 여주전문대 치과위생과 학생 2~3명도 매주 3일간 진료에 참가한다. 현재 김과장의 방문진료를 받고 있는 곳으로는 구내 저소득장애인 1백 18세대와 노인정 21곳, 구립어린이집 29곳, 민간어린이집 30곳이나 된다. 장애인 방문진료에 대해 묻자 “처음엔 집 찾기가 참 힘들었어요. 대개 저소득층이라 좁은 골목과 골목을 지나야 하고 지하방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진료시간보다 집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요. 그리고 막상 어렵사리 찾으면 간단한 치료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땐 사실 회의감이 들기도 했어요."하며 조심스레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김과장에게 잊혀지지 않는 장애인이 있다고 했다. 거동조차 어려운 중증장애인인데다 혼자 살고 있어서 끼니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진료차 갔더니 대.소변이 방안에 그대로 있는 채 누워있어 진료보다 방안청소를 먼저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자주 들르게 된다고 한다. 김과장과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는 “우리 과장님만한 분을 보지 못했으며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며 표창을 주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방문진료시 식사도 같이 하며 때론 엄마처럼, 때론 딸처럼 환자를 대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속히 전국 보건소가 지역주민을 위해 실질적인 구강건강증진의 틀이 잡힐 수 있도록 의식변화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얘기도 김과장은 잊지 않았다. 방문진료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동료의사들이 많다는 것을 환자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며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