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부담금 지원 정부 나서야
지난 10월 18일 장애인 진료실을 개설한 전북치대병원의 경우 개설한지 한달 보름이
넘었지만 전신 마취 후 치료를 실시한 중증 자폐아, 뇌성마비 등 장애환자는 아직 한명도
없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보호자들이 상담시 예상 진료비 (본인 부담금)내역을 듣고는 모두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장애인 대부분 저소득층
경증 장애인들은 일반 소아치과에서 진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증 장애인들은 진료시간이
장시간 소요되고 치아 상태가 엉망이어서 전신 마취 후 심하면 수술까지 해야 한다.
의료보험이 된다지만 병원의 경우 본인 부담금이 50%로 의원급 30%보다 많아 마취 후
치료를 실시하면 본인 부담금이 1백여만원 정도 나오기 일쑤다.
가난한 중증 장애인에게 치과 진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전북치대병원의 장애인 진료실 개설에 이어 원광치대 병원도 개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일부 치대 병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사회봉사차원에서 장애인 진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본인 부담 진료비 감면 등 정부 지원책이 전혀 없어 장애인들의
치대병원 이용을 위축시키는 한편, 병원들의 진료의지 마저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담만하고 발길 돌려
전북 치대병원 소아치과 白秉周(백병주)교수는 “장애인 수용시설 등에 가보거나 상담을
해보면 수술까지 해서라도 치료를 해 줘야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이들이 진료비가 없어 수술 등을 못 받고 방치돼 있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경희치대 李亘浩(이긍호·소아치과 교수)는 “장애인 진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치료도
어려워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치료”라면서 “그러나 사회봉사 차원에서
대학병원들이 나서고 있지만 가난한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지원책이 전혀 없어 아쉽다”고
했다.
진료 할수록 손해
李교수는 “일단 잘먹어야 건강할 수 있는 만큼 장애인수첩을 가진 이들에게는 정부가
본인부담금 등을 지원해 줘야 한다”며 구강관리가 부실한 장애인 특성상 예방치료가 중요한
만큼 연 2~4회 정기검진도 보험화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치대병원에서 장애인 진료실을 개설하려면 기본적인 시설과 장비외에 5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든다.
수술실은 물론 의식진정시스템, 각종 신체 억제기구 등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문 치과의사 외에 3명 정도의 보조인력이 배치돼야 하는 것도 기본이다.
국내병원 중 장애인 진료 시스템이 제일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고 있는 연세치대병원의 경우
일년에 중증 장애인 3~4명을 무료 진료해 주고 있다.
이 병원 李濟浩(이제호·소아치과) 교수는 “서울지역이다 보니 지방보다는 경제적 사정이
좋아 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꽤 있지만 대부분은 가난해 치아가 모두 썩어도 진료를 못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리 사명감이 있는 치대병원이더라도 무료진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손해를 감수하는 치과의료기관의 장애인 진료 활성화 차원에서도 장애인 가산률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애인 중에는 먹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치과 장애인들이 있다.
구강암과 선천성 구개파열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은 국내에서 연간 4백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먹고 살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1인당 최소한 2천만원 정도의 보철 처치비가
소요된다. 시술도 어렵고 최고의 고가 재료를 써야 하는 이유다.
金英洙(김영수) 서울치대 보철과 교수는 “이들이 치과분야의 장애인”이라며 “이들 만큼은
치료비를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백여개소의 장애인 진료망을 구축한 치협은 장애인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대병원을
외면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경증장애인들은 지역사회 장애인 치과 진료기관 통해 진료하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은 진료실이 개설된 치대병원을 찾아야하는데 외면한다면 장애인 구강진료 전달
체계확립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정기검진 급여화 시급
趙榮植(조영식) 치협 기획이사는 “내년에도 2백여개의 장애인 진료망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정부도 본인 부담금 지원,
장애인 진료시 가산률 적용, 정기검진 급여화 등 가시적인 정책을 펼칠 때” 라고 강조했다.
<박동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