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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을 장애인 어머니로
홀트여사 아버지 뜻따라 45년간 봉사

관리자 기자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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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트일산복지타운 장애인진료실 운영
지난 2일 일산 탄현동 나즈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홀트일산복지타운. 여기저기 보이는 장애인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이곳에 비치는 햇살만큼이나 눈부셨다. 이곳에서 45년 가량 아버지의 뜻을 이어 한국의 고아와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홀트(Molly Holt)여사를 만났다. 어느덧 백발이 된 홀트 여사, 외국인이라서라기보다는 한국에서 고아, 장애인과 함께한 그녀를 인자하고 온화한 한국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게 해 놓은 것 같다. ‘작은치과의사회’도움 “장애인 치과진료를 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치료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명의 환자당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30여분밖에 안되는 진료시간으로는 너무 부족해 속이 상할 정도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장애인의 적절한 구강보호 시설을 갖춘 보건소나 진료소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진료기회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녀가 치의신보 기자를 보고 당부라도 하듯이 맨 처음 건넨 말이다. “홀트재단에서는 수년간에 걸쳐 ‘작은 치과의사회"의 도움을 빌어 진료를 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연세치대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최근에는 공익요원으로 이곳에 파견된 인턴의가 원생들의 치아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1956년 여름, 간호학교에 다니던 홀트 여사는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들어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의 일을 함께 해 달라는 부탁의 전화를 받았다. 목재사업으로 시작해 백만장자가 된 아버지 홀트씨는 45세에 심장질환으로 고생했는데 한국의 고아를 위한 사업 등 기독교의 교리에 순종하며 살기로 결심하자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간호학교에 다니던 딸을 사랑의 전령사로 한국에 보낸 그해 여름, 홀트 여사와 한국의 인연은 시작됐다. 현재 일산복지타운에는 2백78명의 원생과 보육사 50여명, 그리고 40여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이 하나가 되어 장애인들을 위한 훌륭한 벗이자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 장애인 진료시설 부족 장애인 진료시설이 전국적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장애인들에게도 의료보험과 의료보호가 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완전한 진료가 될 수 있게 체계적인 진료망이 필요합니다.” 홀트여사는 어려움 없이 한 원생을 기억했다. 구순구개열이 눈밑에서 시작된 전완철 군. 현재 6살이다. 상태가 너무 심해 부모에게 버림받고 국내에서도 요양을 꺼렸으며 미국에서도 한곳을 제외하고는 요양을 망설였던 아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 입양돼 성공적인 수술을 받고있고, 정상인과 비슷해져 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어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심장이 약해 걱정이 됐지만 미국에 입양 후 3차에 걸친 수술 끝에 정상인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결혼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장애인 주거단지 조성 이곳 일산복지타운에는 3만여평의 농장이 있다. 홀트여사는 이곳에 고양시와 협의를 거쳐 이곳에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내년쯤에 독립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홀트여사는 장애인과의 생활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주위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간단한 허드렛일도 스스로 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약을 먹이거나 씻기는 일도 혼자 한다. 그녀의 곁에서 일을 도와주는 한 직원은 “남들과 다르게 홀트여사님에게는 명예나 재력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그래도 혼자서 잘 해내시는 모습을 볼 때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며 평소 보아왔던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