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새는 무엇일까?
참새, 꿩, 비둘기, 제비, 청둥오리, 까치, 갈매기, 까마귀, 학, 멧새, 딱따구리, 독수리, 매,
올빼미 등 많은 새가 있지만 비교적 우리 국민에게 친근한 새는 참새, 제비, 매, 학, 까치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참새는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고 번식력이 좋고 숫자도 많아 가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짹짹짹 우는 폼이 너무 수다스럽고, 생김새
또한 천박하게 생겨, 우리 한민족을 대표할 수 있는 새라 하기에는 격이 좀 떨어진다. 매도
참으로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는 새며 영리하고 힘이 있어 사냥에도 많이 쓰여 인간과
가까웠지만 그렇게 대중적 인기를 누린 새는 아니었다.
학은 백의민족과 너무나 유사하여 우리민족을 대표할 수 있는 새임에는 틀림없다.
일제치하의 황순원씨의 작품에 나오는 학은 우리민족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학은 고고하여 동구 밖 아무 곳에서나 자주 만날 수 있는 새는 아니다. 군락을 이루며 살기
때문에 특정한 곳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새이다.
제비 역시 인간에게 이로운 새로 알려졌으며 시골집 처마 끝에 집을 짓고 ‘지지배배’하는
폼이 참으로 정답게 느껴진다.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는 선을 행하는 제비의 의미를 더욱
확고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흠은 철새이기 때문에 늘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민족은 토박이를 좋아한다. 이리저리 당을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가를 싫어한다. 제비가
철새 정치가처럼 얄밉다는 뜻은 아니고 늘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흠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는 새 중 단연 까치를 우리민족의 새라고 말하고 싶다. 까치는 우선 사시사철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다. 늘 아침마다 정다운 노래로 우리를 깨운다.
까치소리를 듣고 잠을 깨면 늘 오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가득
찬다. 까치의 모양을 보라!
큼직하고 우아하게 생겨서 믿음직스럽고 총명하게 보인다. 나는 모습 역시 우아하게 한복을
입고 사뿐사뿐 걷는 새색시같이 단정하게 보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두둑 나는 꿩이나
쪼룩쪼룩 날아다니는 참새들에 비하면 얼마나 점잖은가? 일본인들이 길조라 여기는 까마귀가
일본도시를 새까맣게 떼지어 나는 모습은 가미가제를 연상시킬 만큼 위협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까치는 히치콕의 새들처럼 무섭기는커녕 정답기만 하다. 항상 삼삼오오
모였다 헤어지는 폼이 우리의 다정한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목들이 발가벗은 싸늘한 이 겨울 경기마저 깡깡 얼어붙은 올 겨울이지만 아침마다
까치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