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성탄특별메세지, 완전한 사랑

관리자 기자  2000.12.23 00:00:00

기사프린트

이 글이 활자화되었을 때는 이미 성탄이 지난 후일게다. 그러나 앞의 일은 뒤의 일과 무관한 것이 아니기에 말해 볼까한다. 살다보니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입장이 되었다. 성탄을 한 일주일 앞두고 고속도로 어느 휴게소에 들린 일이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필자는 별 상관이 없는데 옆에 함께 탄 형제가 잠시 쉴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러니 주차는 했지만 필자는 그대로 앉아 있었고 옆에 탄 형제만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가 되었다. 그때 낯익은 소리가 들려 왔다. 딸그랑. 딸그랑. 구세군의 자선남비 소리 같아 머리를 들어보니 그 분들이 맞았다. 동시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선남비 소리를 들으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 한 복판에서만 들리는 것으로 입력이 되어 있는 탓일게다.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저 양반들 머리 잘 돌아가네. 그렇지! 여기는 큰 휴게소니까 도심 한 복판과 다름없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이 몰리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는 그 분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이윽고 같은 종교인으로서 나도 좀 보태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열어 보니 배춧잎이 보인다. 물론 꽃동네는 얻어먹기로 소문난 곳이고 필자 역시 통장 없이 가난하게 산다고 너줄대지만 돈은 있었다. 하여 지레 한 장을 꺼내들고 나가려니 좀 서먹한 마음이 들어 거북스러워진다. 마침 옆자리의 형제가 오길래 자선남비에 넣고 오라고 일렀다. 직접 가서 ‘수고하십니다. 모금은 잘 됩니까?"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면 참 좋았을 걸 말이다. 이내 차를 다시 운전하면서 한가지 생각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으며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낸다는 말씀이었다. 따라서 두려움을 품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 말씀도 연이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몸 바쳐 믿고있는 예수님이라고 하는 분은 엄청나게 무모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겁없이 인간세상 속에 뛰어 들었으니 말이다. 인간세상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시쳇말로 연일 치고 박고 모함하고 시기하고, 한쪽에서는 굶어 죽어가는데 다른 편에서는 흥청거리는 엄청난 모순으로 뒤덮인 곳이 아닌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 속으로 그것도 똑같은 사람으로 부족한 게 없는 분이 파고들어 온 것이다. 이를 사랑이란 말 외에는 달리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한 제자인 요한은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고 또 두려움을 몰아낸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리고 요한도 그렇게 살려고 했을 것이다. 성탄절에 모든 분들께 복이 있기를…. ※신순근 신부는 다음호부터 종교칼럼 ‘삶’ 집필을 맡습니다. 필/자/소/개 "75 광주 가톨릭대학교 졸업 사제서품 청주교구 보은성당 주임 "79 청주교구 청산성당 주임 "81 청주교구 내수성당 주임 "82 청주교구 음성성당 주임 "84 청주교구 교현성당 주임 "89 청주교구 안림동성당 주임 "94 청주교구 내덕2동 주교좌성당 주임 "99 정진석 장학재단 이사 현재 꽃동네 제2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