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치료할 의무 못지 않게
자연을 보호할 의무 느껴”
“덕유산 깊은 산자락, 컵 라면 8개로 사흘간을 버티면서 찍은 사진... 그 마지막 사진을 찍고
나서 눈물을 흘렸답니다. 극도의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 눈물이 흐른다는 것을 몸소 실감을
했어요.”
어스름 녘, 쓸쓸한 겨울비에 길가의 가로수들이 촉촉이 젖어간다. 꽤 운치 있는 풍경이다.
이 풍경 그대로를 그의 카메라에 담아 본다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이상득원장의 사진전이
열리는 충무로의 한 갤러리를 찾았다.
순수자연사진만을 고집하는 그답게 갤러리 가득 나무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왜 유독 나무사진만을 즐겨하느냐는 질문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요. 실은 제가 식목일에
태어났거든요”하고 농담을 던져 놓고는 멋 적은 듯 웃음을 짖는 표정이 그의 작품만큼
순수해 보인다.
“자연만큼 순수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전 자연에서 느낀 순수함 그대로를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을 뿐 이예요. 그 매개체로 바로 나무를 택한 거지요.”
“제2의 인생은 사진과 함께 하고 싶어요. 사진은 이제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제 삶 그
자체예요”
78년 연세치대를 졸업하고 81년부터 사진활동을 시작, 84년부터 자연사진에 몰두, 이제
사진작가인지 치과의사인지 그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두 개의 삶을 완벽하게 살아내고 있는
그.
다음 생에 태어나서 사진작가 이상득과 치과의사 이상득 중 하나의 삶으로 살아야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훼손된
자연을 가꾸고 돌봐야할 의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과의사의 한사람으로써 손상된
환자의 치아를 치료할 의무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둘 다 제가 사랑하고 돌봐야
할 것들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때문에 저에게 있어 둘 다의 삶이
중요합니다”라며 말끝을 흐린다.
하지만, 결국 그는“그래도 굳이 하나의 삶을 택해야 한다면 사진작가로 살고
싶습니다”고며솔직하게 말한다.
이상득원장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가름할 수 있는 대답이다.
“사진작품에 제목을 붙이면 열이면 열 사람 다 고정화된 느낌과 시각으로 사진을 관람하게
돼 버리잖아요. 저는 관람객 스스로가 자신의 시각에서 사진을 보고 느껴지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그의 사진작품엔 제목을 찾아볼 수가 없다. 관람객을 배려하는 그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그의 그러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관람객들은 제각기 작품 앞에 서서 나름대로 자신
시각으로 사진을 감상하는 모습이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한 관람객은 “사진을 찍을 당시, 이 풍경들을 카메라 앵글에 잡으며
현장에 있었을 이원장의 눈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려고 한다”며 “ 관람객들에게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작가의 가슴속에 담겨있을 필름의 나머지 부분들도 활짝 펼쳐 놓고
감상하고 싶을 정도”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