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여생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봉사하렵니다”
“정부파견의사 중 치과의사가 없으니 당시 60세이던 제가 나설 수밖에요. 후배들도 계속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95년 9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만5년 3개월을 페루에서 진료봉사를 하고 귀국한
金一京(김일경) 前치협부회장. 金 前부회장이 페루로 봉사를 나서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부파견의사 중 치과의사가 꼭 포함돼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95년 당시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세계 각지의 저소득국가에 정부파견의사,
협력의사(병역의 의무를 대신해 봉사하는 의사), 봉사대원 등을 72개 국가에 파견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정부파견의사는 17개국에 21명이 파견돼 있었으나 파견된 의사 중 치과의사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자부심으로 페루행 비행기를 탔으나 도착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쳐왔다. “눈과 귀와 입이 통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란...” 처음 1년간은 정말 막막했다.
영어나 일본어는 능통했으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페루 원주민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처음에는 정말 눈물나는 고생을 경험해야만 했다.
언어소통 어려워 고생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눈과 코와 입이 트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결과 金
前부회장은 스페인어를 일상생활에 지장없을 정도로 구사한다고 한다.
“페루치과대학은 12개인데 우리와 같이 6년제이지만 추가로 1년동안 의무적으로 인턴을
해야만 치과의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金 전 부회장은 페루사정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일부 치과의사중 유럽이나
스페인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급병원을 개원한 사람도 있지만 페루 원주민은 극빈자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영세함을 면치 못합니다.”
구강예방 홍보 힘써
현재 페루의 치과의사수는 1만2000명 정도. 하지만 페루는 GNP가 2300불에 불과한 후진국형
국가여서 국민의 치아상태가 좋을 리 없다.
“페루 사람들은 치아가 아프면 무조건 발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치료 등으로 치아 보존이 가능하기에 이러한 시술을 주로 했다”는 그는 “다른
한편으로 예방차원에서 구강위생에도 힘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또한 테러가 많아서
총상으로 인한 상하악 골절환자가 많았으나 무사히 치료할 수 있어 그들에게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진료활동도 평탄치 않았다. 일본계인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대통령으로 재직시 일본인으로
오해받아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진료하고 있을 때에 총을 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하고 칼에 찔리는 위험도 경험했지요.”
그러나 5년동안 진료봉사를 하다보니 결국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보호를
받았다고 한다.
대민봉사도 펼쳐
지난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던 우리와 달리 金 前부회장은 땀을 흘리면서 한국의
산타클로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고아원 아이들, 테러리스트 가족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할 정도로 金 前 부회장은 치과진료사업뿐만 아니라 대민봉사를
위해 노력했다.
“이왕 봉사활동을 했으니 하느님의 뜻 안에서 베푸는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金
前부회장의 앞으로의 계획이다.
그들과 아쉬움을 나누며 헤어진 것이 올해 1월. 한국에 도착하니 본인이 ‘바보’라고
생각될 정도로 서울의 모습이 생소하기만 하다. 길을 몰라서 운전할 수가 없고 전화하는
법도 모르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는 법도 모르니…, 그러나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봉사하던 그 뿌듯함과 자랑스러움과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金 前부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가까운 시일 내에 외교통상부의 외무부장관상과
한국국제협력단의 총재상을 받을 예정이다.
<안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