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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험난한 여정

관리자 기자  2001.05.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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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의협 임시총회는 한국 현대 정치사를 압축해서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표가 모자라 통과되지 못했지만 결국 억지로 통과시킨 ‘사사오입 사건’이나, 다시 임총을 거론하자 ‘일사부재리’에 의해 내년 정총까지는 직선제는 다시 거론 못한다고 맞받아 친 상황이 꼭 우리 정치사를 보는 듯 했다. 또 이번 정관 개정을 직선제 하나만 거론한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많은 부분을 취합해 이번 기회에 여러 문제있는 정관을 통과시키려고 한 것도 마치 ‘발췌개헌’을 연상시킨다. ○…어찌 됐건 임총도 마무리가 됐으나, 의협의 험란한 여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 문제다. 임총이 끝나는 순간부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얘기들이 나왔으나, 일각에서는 金在正(김재정) 의협 회장이 최종 물러나는 선택만이 남은 것 같다고 진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金 회장은 독단적인 회무 수행으로 이미 많은 회원들이 등을 돌린 상태이고, 임총 직후 대의원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말로만 일하는 사람들이 의협 이사들”이라는 독설을 퍼붓는 등 집행부가 신임을 잃은 것으로 외부에 비쳐지고 있다. ○…이미 金 회장은 임총 인사말에서 2개월 안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반 의협단체인 의협민주화 추진운동본부 등은 조만간 金 회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2의 의협을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이다. 의료법 개정, 의보 재정파탄 등 의료계 현안 문제를 金 회장의 거취 문제 때문에 전혀 협의하지 못하는 의협의 현 상황이, 의협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회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의협은 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를 임시적으로 유지해 회장 선거를 위한 임시총회를 다시 열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