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兄이 못다한 음악세계 이루고파
최치갑 원장(부산 조은치과)

관리자 기자  2001.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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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출신 작곡가인 故길옥윤씨 동생 라디오 진행·음악강의로 바쁜 나날 기자와 만나느라고 이미 예정된 녹음시간에 30분이나 늦어, 그의 마음이 촉박하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토요일 오후, 부산 TBS방송국 라디오 음악프로 녹음시간에 맞춰 달려가는 그의 차안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서울치대 62학번 최치갑 원장. (현 부산 조은치과 원장) 그는 치협의 협회가를 비롯 ‘이별’, ‘서울의 찬가’ 등의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는 故 길옥윤(본명 최치정) 선생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러한 형님의 영향 덕인지 최치갑 원장은 현재 부산 TBS방송국 라디오 음악프로에서 째즈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예술문화대학에서 실용음악 강의도 하고 있다. 방송생활 20여 년째인 그는 부산 KBS에서 라디오프로 진행을 시작으로 부산 MBC, 부산 TBS 등 부산에 있는 방송국이란 방송국은 거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 부산에서는 이미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서울치대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째즈 동아리를 만드는 등 음악활동에 심취해 있던 그는 대구통합병원에서 군의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째즈에 푹 빠져들었다. 69년 당시 월남전이 한창이던 때, 미군기지로 쓰이고 있었던 대구공항 근처의 대구통합병원에 군의관으로 입대. 미군장교클럽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던 그는 그 덕에 음반을 구하기 힘들었던 그 시절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음악가로서의 길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음악을 하고 있는 그의 형 길옥윤 선생의 간곡한 만류 때문. 군생활을 마치고 75년 부산에서 개원한 그가 음악프로 진행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맘때쯤 부터다. 부산 KBS에서 PD를 하던 그의 서울고 동기가 그의 음악적 지식을 알고 음악프로 진행을 의뢰한 것. 일본을 드나들며 음반을 구입하고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자료를 부탁해 받아가면서 음악공부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됐고 그때부터 모아둔 CD는 어느덧 3천 여장이나 된다. 지금껏 방송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없었는지를 물었더니 “아마 토요일 생방송이었을 거예요. 10분 짜리 음악을 틀었는데 음악이 너무 좋아 심취해서 듣다가 도중에 깜빡 잠이 들어버린거예요. 저를 깨우려고 밖에서 스튜디오 문을 두드리고 다들 난리가 났었죠” 최 원장의 얼굴에 그때의 기억이 스치듯 지나간다. 방송국에 도착하자 그는 병원에서부터 들고 온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열였다. 가방 하나 가득 CD가 들어있다. CD를 꺼내고 방송에 쓰일 음악을 능숙한 솜씨로 선곡해 가며 방송국에 있는 CD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더 많아 방송 때 보통 자신의 CD을 쓴다고 자랑스럽게 얘기를 한다. 그런 그가 최근 유망 신인 가수를 발굴하고 나섰다. 길옥윤 선생이 작고한 후 1년여 동안 발표되지 않은 곡들을 분류해오던 그는 “완성도가 높은 형님의 미발표 유작 2천 여점을 음악에 소질이 있는 사람에게 주고싶다”며 “조용필씨와 같은 대형가수가 될 신인을 발굴, 여러 방면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인가수 발굴을 통해 형님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미처 다 발하지 못했던 자신의 음악적 열정을 가득 쏟아 붓고 싶은가보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