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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751)
검도예찬
이해송 원장(전남 목포시 이해송치과)

관리자 기자  2000.03.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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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는 나에게 소금과 빛의 역할 병원서의 스트레스 칼 끝에 날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 무덤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관의 혼란 속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 자신도 모르게 가족, 타인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검도는 바로 소금과 빛이다. 이 주장에 의아하게 생각할 지 몰라 나의 검도 체험기를 적어본다.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주장이 강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름대로 진솔하게 펼쳐본다. 내가 검도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때는 91년 7월경이다. 이 때 나는 개원한지 3년째 되던 해로서 개원 초기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술과 담배로 인하여 체중이 82kg에 육박하였으며 배는 튀어나와 발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며 체력은 감소하여 유달산을 오르는데도 힘에 겨워 몇 번씩 쉬어가곤 하여야 했다. 이에 무언가를 하여야 한다는 고민 끝에 실내운동이어서 기후에 영향을 덜 받는 검도를 하고자 결정하고 도장을 찾았다. 관장님을 뵙고 말씀드리니 처음 하신 말씀이 『당신은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돌아가십시오』였다. 연유를 물으니 검도란 반복되고 지속적인 훈련이기 때문에 자주 나올 수 없으면 처음부터 포기하라는 거였다. 자존심이 상하여 『계속할테니 지켜보십시오』하고는 죽도를 잡았다. 처음 한두달은 지옥훈련이었다. 기초체력이 약해져 있어서 흉내조차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함께 운동하고 있는 오석기 회장, 박금동 친구 등과 여러 선후배의 도움으로 계속할 수 있었다. 도중에 다른 운동을 하고자 한 적도 있었으나 관장님의 도움으로 되돌아와 지금은 벌써 10년이 다되어간다. 검도는 유산소 운동이며 전신운동이므로 82kg이던 체중이 검도 6개월만에 75kg으로 감량되었고 발바닥의 지압효과와 복부 군살이 제거되어 점점 체격이 갖추어 지더니 이제는 목욕탕에 가더라도 같은 또래의 사람보다 건강한 모습을 보게되어 기쁨을 느낀다. 또한 운동전후의 묵상시간은 하루의 일과를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좋은 시간이 되어주며 無念無想의 상태로 몰입되어지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竹刀를 잡고 상대방과 마주서면 사회의 물욕을 잊고 상대의 칼끝과 발동작에 집중되어 긴장감 속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으면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는 무욕의 상태가 더욱 즐거움을 준다. 이로 인하여 언제부터인가 자신감이 생겨났으며 일반 환자를 보는데도 활력이 주어져 치료의 효과가 늘어남을 알 수가 있었으며 검도를 통하여 알게 된 검도용어를 항상 생각하면서 흐트러져가는 마음가짐을 재무장하는 습관이 배게 되었다. 또한 우리집 큰아이는 비만기가 있고 심지가 약하여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을 보냈는데 지금은 건강하고 심지가 굳고 운동도 잘해서 1급이 되었다. 둘째는 4학년인데 체력이 약한 편이어서 운동을 시키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열심히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있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 두 자식과 함께 호구를 착용하고 예의를 갖추고 일검을 나눈 후 아들들이 벗겨주는 호구를 놓고 함께 정좌하고 삶의 지혜를 얘기할 때는 바로 이것이 교검지애(校檢至愛)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검도는 나에게 있어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연일 반복되는 병원일과 환자와의 관계속에서의 스트레스를 검도를 통하여 죽도 끝에 날려 버리고 無念無想과 校檢至愛의 즐거움을 맛보시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호구를 벗은 나의 모습은 지난 10년전의 내가 아님을 재확인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