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감화시켜 생명 건지기도
“사랑니 때문에 통증이 오는 겁니다. 발치해야겠네요. 수술은 약 15~20분정도 걸릴 겁니다.”
“많이 아픕니까?”
“많이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파란 죄수복을 입은 한 환자가 유니트 체어위에 누워 애처로운 표정으로 金龍雲(김용운·의정부시 가능2동 개원) 원장을 올려다보며 말을 건넸다.
의정부교도소에서 11년째 재소자를 대상으로 무료 치과진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金 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한 재소자의 사랑니를 발치하고 있다.
처음 진료를 시작할 당시 金 원장은 구강외과 진료를 할 수 없었지만, 교도소에서는 출소할때까지 아무리 아프고 치료할 필요가 있어도 외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金 원장 스스로 재소자들의 모든 진료를 담당하기 위해 구강외과 공부를 따로 마쳤다.
金 원장은 틀니시술과 임프란트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치과진료를 펼치고 있다.
주로 치료하는 분야는 사랑니치료와 신경치료 및 보존처치며, 1달에 1~2번 정도는 보철치료도 하고 있다.
金 원장의 의정부교도소와의 인연은 지난 92년 3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의정부교도소가 재소자들의 치과진료를 위해 의정부교도소에 자원봉사를 요청해 왔는데 이로부터 1년이 지날 무렵 金 원장이 진료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후 金 원장은 당시 치과진료실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니트 체어와 엑스레이를 제외한 치과진료실 대부분의 진료도구를 자비로 구입해 진료에 사용하면서 교도소내 치과진료실의 틀을 잡아갔다.
현재는 교도소 의무과에서 치과진료예산이 별도로 책정되어 진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교도소에서 치과치료를 해온 金 원장에게는 환자들의 기억도 남다르다.
한번은 보철치료를 받은 재소자가 치료를 채 마치기 전에 대전교도소로 이감되는 바람에 대전까지 직접 내려가 크라운을 씌어준 적도 있었다.
또 한번은 사형을 구형받고 선고공판을 기다리며 교도소 내에서 자주 난폭한 행동을 일삼던 한 재소자가 치과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다들 ‘사형이 집행될 텐데 진료는 해서 무엇하나’라는 눈길로 바라볼 때 金 원장은 성심을 다해 진료했고,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한 결과 그는 무기징역형을 받아 사형을 면했고, 이후 더 온순해진 일화도 있다.
金 원장은 SDA(제7일 안식일교)의사회 활동의 일환으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삼육보건전문대학내에 마련된 ‘작은 나눔 무료진료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진료활동과 함께 해외 오지에 한국의 인술 전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밖에 드러나 보이지도 않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지만 金 원장은 재소자들의 마음속 깊이 감사의 의미로 각인되는 사랑의 봉사를 자신의 힘이 다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다.
김상구 기자 ksanggu@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