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더 바쁜 학생들 치과진료 몰려
시간 분산돼야 효율성 높일 수 있어
“아이구 허리야, 어깨야... 요즘엔 눈까지 뻑뻑 하다니 까요.”
“요즘 같이 환자가 많아서야 원, 매년 있는 일이지만 정말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예요”
치과의사라면 너나 할 것 없이 해마다 겪어 내야만 하는 “마의 週”.
올해도 어김없이 마의 주는 찾아 왔고 수많은 치과의사들에게 치열한 전투의 상흔을 남겼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끝나기 일주일에서 십여일전부터 치과는 초만원 사태가 빚어지곤 한다.
환자가 많아져서 행복하긴 하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환자 덕(?)에 치과의사들의 건강엔 적신호가 온다.
실제로 강남에서 수십년째 개원 중인 P원장은 “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는데 하루동안만 72명의 환자를 진료한 기록도 있다”며 혀를 내두른다.
“단기간에 환자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보다보니 몸이 말이 아니었죠. 당시 좌골 신경통이 심해져서 진료를 끝내고 척추교정을 받기 위해 물리치료실을 다닐 정도였다니까요.”
서울소재 치대 병원의 K 교수는 “치대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매년 이런 사태가 반복됨으로써 나빠지는 것은 치과의사의 건강뿐만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하루 동안 진료해야 하는 환자가 양적으로 늘다보니 그만큼 진료의 질이 자의든 타의든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렇다면 방학이 끝나기 십여일 전 환자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개학 일주일을 앞두고서야 교정 치료를 시작했다는 서울 S 여고 2학년 J양은 방학이 다 끝나가고 있는데 왜 이제서야 치료를 시작했냐는 질문에 “방학 시작과 함께 학교 다닐 때 부족했던 과목 집중 과외 받으랴, 피아노 레슨 받으랴, 학교 다닐 때보다도 방학 때가 오히려 더 바빠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며 “개학하기 전에 치료는 시작해야 될 것 같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병원을 찾게 됐다”고 말한다.
아말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H고 1학년 M군은 “방학 시작과 함께 어학연수를 갔다가 엊그제 돌아왔기 때문에 진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부모님과 휴가를 함께 다녀 오다보니 진료가 늦어졌다는 학생, 치과치료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줄 몰랐다며 개학 전에 며칠만 진료 받으면 치료가 다 끝날 줄 알았다는 학생 등, 치료를 위해 진료실에 대기 중인 학생들의 대답들은 각양각색이다.
K 교수는 “학생들의 상황을 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양질의 진료를 받기를 원한다면 방학 전부터 미리 진료 일정을 잡고 방학 초기부터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방학이 끝날 무렵에 치과를 찾게되면 대기시간도 그 만큼 늘어 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진료를 요하는 질환이나 교정치료인 경우 개학 후에도 따로 시간을 내서 치과를 다녀야 하기 때문.
P 원장은 “환자도 좋지만 치과의사들이 자신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방학 끝물에 몰려드는 환자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진료하려면 예약제를 도입, 환자들을 분산시키고 환자들이 예약시간을 철저히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