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즐거움에 늙는줄 몰라”
둘째아들 잃고난 후 봉사에 눈떠
2년째 매주 토요일 탈북자 진료
“북에서 온 사람들, 그래도 아직까지 경로사상이 남아 있어 나 같은 사람들 말은 잘들어서 좋아요. 나이든 치과의사에게는 좋은 일이지?”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 잠실에서 안성에 위치한 탈북자 교육소인 하나원행 통근버스에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한분이 오르신다. 이 할머니는 하나원 직원은 아니다.
서울 중화동에서 강남치과를 운영하는 姜耘根(강운근·70)원장은 벌써 2년째 매주 토요일이면 병원 문을 닫고 하나원으로 향한다. 탈북자들의 치과진료를 위해서다.
姜 원장에게 탈북자들 치과치료를 묻자 처음부터 따끔한 충고가 나왔다.
“북한은 치과의사가 별로 좋은 직업도 아니고 흔하게 있어 북한 사람들은 치과의사를 존경하거나 존중하는 마음들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 탈북자들은 북에서는 국가의 명령에 따라 직업이 정해지기 때문에 치과의사라도 국가에서 지정한 대로 돼서 치과의사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데, 진료예약을 해도 안 나타나거나 막무가내로 나타나서 치료해달라고 하기 일쑤라고 전한다.
姜 원장은 치위생사도 없이 혼자서 진료한다고 하는데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라며 북한탈북자들이 무례하게 행동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치과의사나 치위생사들에게 거칠게 행동하는 것은 예사라며, 예전에는 젊은 치과의사나 치위생사들이 많이 봉사하러 왔지만 지금은 탈북자들의 이런 행동 때문에 지금은 봉사자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姜 원장은 북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노인에 대한 예우는 훨씬 깍듯한 면이 있어 姜 원장에게는 함부로 못한다고 한다.
특히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함부로 하는 탈북자 진료환자들에게 姜 원장은 중재 역할을 하기도 해서 봉사자들이나 하나원 관계자들에게 높은 신임을 얻고 있다.
진료를 마친 환자들에게는 꼬박꼬박 이름을 부른 다음, 이를 자주 닦으라거나, 담배 끊으라는 당부를 꼭 챙긴다는 姜 원장은 이러면 환자들은 ‘고맙습네다’라면서 90도로 절 하고 나간다고 한다.
또한 북한 출신 사람들은 진료는 국가에서 해주기 때문에 아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을 처음에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姜 원장은 “여기 오는 치과의사들은 돈을 안 받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도대체 믿지를 않아요”라며, 순수 자원봉사라는 말을 들은 탈북자들은 “거짓말”이라고 대꾸하거나 “나라로부터 지시에 따른 것 아니냐”고 한다고 한다.
姜 원장은 치과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국가의 간섭없이 진료에 나서고 있다는 말을 탈북자들이 들으면 많이 놀란다며, 살던 곳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던 일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나원은 탈북 귀순자들의 사회정착 지원 시설로 관계기관 신문이 끝난 탈북 귀순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고충 등에 관한 각종 상담 및 생활지도를 통해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찾는데 중점을 두고, 한국사회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3개월 정도의 사회적응교육 후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아직 남한 사회의 적응을 받는 기관이라서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곳이라 기자가 가 볼 수는 없었다.
姜 원장이 탈북자 치료봉사에 나선 것은 2000년 10월께부터.
3년전 ‘생짜같은’ 둘째 아들을 갑작스레 병으로 앞세우고 형용할 수 없는 아픔에 빠진 姜 원장은 출가한 딸의 권유로 개신교로 믿음을 바꿨다.
“둘째 덕에 제가 다시 태어났지요. 그때까지는 그냥 가족 건사하며 살기 바빴는데, 어리석게도 불행을 당하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보게 됐지요. 지인을 통해 선교단체를 알게 됐어요. 봉사와 선교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한달이나 치과를 닫고 자비로 말레이지아와 필리핀에 치료선교를 다녀왔어요.”
姜 원장의 삶은 해외 선교활동을 다니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선교는 쉽지 않았다.
우선 나이가 70을 바라보고 있을 때여서, 당장 생활이 우리나라보다 어려운 곳에 가서는 식사를 손수 재때 먹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두 번의 해외선교 후 姜 원장은 봉사에 자신감을 얻고, 탈북자 후원사업을 하는 사람을 통해 자연스레 지금의 봉사에 나서게 됐다.
“저에게 딱 맞아요. 토요일 오전 정도니 근력에도 부치지 않고, 치과 일에 큰 방해받는 것도 아니고요.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도착해 첫 둥지를 트는 곳이 하나원이잖아요. 그분들에게 베풀줄 아는 삶, 조금이라도 남을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게 보람이지요.”
姜 원장은 탈북자들의 구강건강 상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안 좋다며 평생 이를 안닦아 봤는지 이닦이도 중요한 교육 사항이라고 했다.
한번은 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