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3대 혁명이 일어난다는 예측이 20세기말 경제학자 등 미래학자들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의학공학의 발달이다. 이미 인간게놈의 해독을 예견한 그들은 이를 이용한 각종 의학공학의 발달이 21세기 사회 경제를 변화의 물결 속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그 변혁의 예견은 이제 각국마다 경쟁적으로 연구하여 선점을 하려는 격전장으로 변해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 단체와 기업, 정부연구기관 등지에서 생명공학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뇌 및 생물정보, 의료기기 등의 우리나라 생명공학 수준이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 비해 30~49%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다행히도 감염질환이나 복제, 기능성 식품, 형질전환 분야는 70~90% 수준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들 선진국 보다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 우리나라는 21세기의 주도권을 좌우할 의학공학 분야에 그토록 뒤지고 있는가? 이는 현재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이 한국은 겨우 1만여명인데 비해 미국은 40만명, 일본은 20만명 정도라고 하는 수치상의 결과로도 증명된다. SCI 등재실적을 보더라도 미국의 9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니 그 정도 수준차이도 감지덕지하다.
문제는 미래비전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정부 당국자와 이전투구로 날을 세우고 있는 한심한 정치권 인사들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외국상품 베끼기식 경영방식이 R&D에 인색하게 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우수한 인력들이 `돈 못버는" 기초 분야에 투신하기 보다 ` 잘버는" 직군에 몰리게 하는 사회적 가치개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의 연구풍토와 정부의 정책부재 등이 원인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최근 일본에서 한 평범한 직장인인 다나카 코이치씨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때 각종 언론에서는 일본을 두고 수많은 노벨상 후보자가 준비된 나라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기초학 분야에 대해 준비해 왔다는 얘기다. 즉 모든 산업의 근본이 기초학에서 나왔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R&D에 소홀히 한채 껍데기 만드는데만 열중했다는 결론이다. 모든 산업의 핵심을 일본이나 미국에서 빌려오는 탓에 항상 비싼 로열티를 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IMF 사태때 기업마다 일순위로 경비를 줄인 곳이 바로 R&D 분야였다.
이제는 앞을 내다보는 기업경영과 정부당국의 미래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이렇게 뒤져가다가는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신 경제속국으로 강대국에 빌붙어 살 판이다.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鳥足之血(조족지혈)밖에 안되는 R&D 투자를 대폭 늘여야 할 것이며 기업도 당장 눈앞의 이익만이 아닌 영구한 이익창출을 위해 이같은 분야의 연구투자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똑같은 수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