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공포서 벗어나 고객만족
미국 행정부에서는 유머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클린턴 행정부때 백악관 유머 컨설턴트는 클린턴과 고어를 위한 농담을 써줬으며 짤막한 재담 몇 줄 써주는데 500달러, 대단히 유머러스한 연설문일 경우는 7000달러나 된다고 한다.
유머는 사람들과 하나되게 하고 쉽게 친해지며 신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만한 지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유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또 어떤가?
기업 홍보에 어릿광대를 등장시킨 맥도널드는 ‘광대 효과’로 돈을 번 기업이다. 광대 효과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며,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하게 해준다.
이런 유머의 가치가 과연 정부나 기업에만 국한된 일일까?
최근 이러한 유머 및 화술의 가치를 눈여겨본 개원의가 이를 병원경영에 적극 활용해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방에서 개원을 하고 있는 L원장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답지 않게 요즘 들어 부쩍 달라졌단 소리를 많이 듣는다.
로또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일까?
환자를 진료할 때도, 치료와 관련된 통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던 그가 웬 일로 충치를 뽑다말고 꼬마환자에게 농담을 던진다.
꼬마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꼬마의 부모가 “선생님 진료를 참 잘하시네요”라며 칭찬해준다.
그러나 실제로 L원장의 진료기술은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단지 진료 중에 짧은 농담 몇 마디를 던지는 것이 전부다.
진료 중에 던진 농담 몇 마디가 그의 진료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
이러한 효과를 몇 번 체험했던 그는 이제 보조스텝들에게까지 직접 ‘유머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치과를 찾는 환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일일이 신경을 쓰며 재치 있는 농담을 날린다.
“이건 우리 치과경영 노하우라서 공개를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L 원장.
L 원장은 병원경영에 유머와 화술 등을 접목하자 병원 매출이 눈에 띠게 늘었다고 귀뜸 했다.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와 상담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죠. 하지만 성격이 좀 내성적인 탓이기도 하고 또 환자 하나 하나와 상담을 하다보면 피곤해 지기도해서 치료와 관련된 얘기 외에는 별로 하질 않는 편이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얼마 전까지는 치과의사가 진료만 잘하면 됐지 주책없이 환자들에게 농담이나 던져 가면서 치과의사의 품위를 떨어트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이런 그가 치과의 유머경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몇 해 전, 진료 후에 내성적인 성격도 좀 고칠 겸 취미활동 삼아 문화센터 유머강좌 등록하면서부터다.
“유머강좌를 들으러 온 사람들의 직업을 살펴보니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업사원, 회계사, 대기업 간부, 일반 메디컬 개원의까지 하도 다양해서 흠칫 놀랐었죠. 나처럼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어서요.”
그런데 그의 생각은 여지없이 빚나갔다.
그들은 강의 첫날부터 재치 있는 유머와 화술로 수업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들과 어울려 강의를 듣고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유머 강좌를 단순 취미 정도가 아닌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접근시키고자하는 차원에서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유머가 경영에 접목이 된다는 사실이 솔직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환자에 대한 친절도가 진료 기술 못지 않게 병원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의식적으로 병원 경영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하는 치과의사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L 원장은 평소 관심이 없던 개그프로를 모니티링하고 어린 환자들 앞에서는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말투를 곧잘 구사해 가며 치과의 분위기를 바뀌 나갔다.
유머관련 서적도 틈만 나면 사서 읽는다.
이쯤 되니 처음엔 L 원장을 이상하게 여기던 스텝들도 그의 ‘경영전략’을 눈치챈 듯 L 원장의 농담을 곧잘 받아친다.
치과진료실 분위기가 이 정도다 보니 치과를 찾은 환자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일명 ‘신바람 경영’을 치과에 도입하게 된 셈이다.
‘신바람 경영’이 L 원장의 치과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어른, 아이 환자 할 것 없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뜻하지도 않게 매출이 상당히 늘어난 것 이 사실입니다. 믿어지지 않는 다구요. 그렇다면 직접 한번 해 보십시오. 여러분 치과에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L 원장은 치과의 성공 노하우를 굳이 먼데서만 찾으려 하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으라고 충고한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