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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가 사는 나라

관리자 기자  2003.03.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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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본지 집필위원) 내가 지금 살고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서있던 다리가 무너져내려 새벽 등교 길의 여중생들을 시퍼런 강물이 한 입에 집어삼키는 나라!  강남 유수의 고급 백화점 사장이 돈 욕심에 안전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 건물이 무너져 내리자 고객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도망쳐 버리는 나라, 그래서 인명 구조사상 최장기 생존이라는 기네스 북에 올릴 또 하나의 민망한 신기록이 세워지는 나라! 동해안은 택시기사가 지키고, 무장간첩이나 흉악범은 시민 신고에만 의존하는 그런 나라!  박봉의 공무원이 어쩌다 담뱃값 받은 것은 파면 사유고,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받은 사과 상자에 담긴 거액의 뇌물은 대가성이 없었다고 면죄부를 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나라! 정권 초기부터 천박한 여인네들의 모피코트 얘기로 온 나라가 술렁이는 나라!  믿고 보냈던 유치원의 하계 수련회장에서 불이 나 그 어린 고사리들을 통닭구이- 표현이 거칠다면 용서바랍니다- 마냥 태워 죽이는 나라, 어린 자식을 잃은 그 어미는 자식을 먼저 보낸 그 아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훈장마저 반납하고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나라!  제 나라 국민이 타국에서 사형 집행을 받는데도 자국민 보호의 임무를 띈 현지 주재관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우기는 그런 외교관을 가진 나라!  한 병자의 만행으로 출근길 지하철에 불이 나자 객차를 운전하던 기사는 승객의 안전은 도외시하고 출입문마저 걸어 잠그고 도망가, 남아있던 승객 전부를 질식사시키는 나라, 그러고도 부족해 중앙 사령실과의 통화 내용마저 조작하는 그런 나라, 제 나라 국민에게는 불연성이며 방염 내장재의 사용을 강요하지만 관이 주가 되어 운영하는 지하철 객차의 내장재는 온통 가연성 재료만을 쓰는 나라!  헌법과 법질서의 수호자이어야 할 사람이 자신의 과실을 덮기 위해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어디에서 많이 듣던 궤변을 일삼는 그런 나라에서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