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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적십자 봉사에 바친 30년 청춘

관리자 기자  2003.03.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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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장 양후열 회장 혈육의 정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남북이산 가족 상봉의 현장이나 대구지하철 화재사건과 같이 날벼락 같은 재해현장에 노란 조끼를 입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대한적십자사 임원들과 적십자 봉사단. 이처럼 적십자사는 각종 재해현장에서 이재민들에게 신속하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정서적으로 공황에 빠진 이재민에 대한 심리적 위로로 큰 힘이 되어 주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곁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게 봉사를 실천하며 사회의 빛이 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를 이끌고 있는 지사장이 치과의사 출신이다. 지난 1947년 5월 설립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회장을 맡고 있는 梁厚烈(양후열) 지사장이 바로 그다.올해 68세인 梁지사장은 현재 진료에서 은퇴한 뒤 적십자사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 98년 5월 제27대 지사장에 선출된 梁원장은 3년임기의 지사장을 연임해 맡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적십자사 지사장이나 임원을 역임한 경우는 많지 않다. 黃圭宣(황규선) 전의원이 지난 97년부터 적십자사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안종석 원장이 이승만 대통령 시절 서울시지사장을 역임했을 정도다.梁원장이 적십자사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와 개원하던 71년초. 당시 사회복지 수준이 현재와 비교해 볼 때 턱없이 열악한 상태여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적십자에서 실천하는 것이 고작이었을정도.“많은 사람들에게 다소나마 힘이될 수 있을 것 같은 소박한 생각으로 첫발을 내딛었다”는 梁지사장은 제주지사 대의원과 부회장 등을 거쳐 현재 지사전체를 책임지는 수장에 까지 이르게 됐다.회장에 취임하면서 치과의원 운영과 적십자 일을 두가지 병행함으로써 주변의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고 보다 적십자일에 전념하기 위해 40년의 천직을 접고 병원을 정리했다. 병원을 폐원하면서 나오는 치과장비를 시내 요양원에 인계해줘 후배들이 진료봉사에 이용하고 있다.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적십자사 제주지부는 사무국 직원이 8명이고 봉사원이 700명이 넘을 정도의 큰 조직이다. 봉사회에는 주부봉사회, 지역별 봉사회, 청소년적십자, 일반인 봉사회 등 한 개 봉사회당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고.제주지사는 재난 발생시 구호사업 뿐만 아니라 환경미화원 위안잔치, 헌혈사업 주관, 각종 행사시 급수 무료 봉사, 군부대 김치 담가주기, 명절을 앞두고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쌀과 라면 등 구호품 전달, 독거노인 무료관광, 수중정화 활동, 수상인명 구조활동, 산행 안전유지 등 각종 사회봉사사업과 청소년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소속기관으로 150명 수용규모의 제주적십자청소년회관과 혈액원이 운영되고 있다.제주지사 한 직원은 “적십자지장(회장)은 별정직”이라며 “주변에서 사회적인 덕망이 높고 존경을 받는 분들이 추대되고 있다”며 현재 제주시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환 시장도 직전지사장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梁지사장은 “적십자에 30년 넘게 몸담아 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해 준 일이 가장 보람이 컸다”며 “제주도민들이 적십자사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큰 만큼 임기동안 원없이 열정을 바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梁지사장은 “이곳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다 보니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적십자사 회장 등이 제주를 방문했다가 지사와 혈액원 등을 둘러보기도 한다”며 “제주도 혈액원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梁원장의 봉사실천이 동료 및 후배치과의사들에게도 귀감이 돼 후원금과 특별회비를 내주는 등 적극 도와 주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梁원장은 적십자를 통한 봉사실천 이외에도 민병일 서울치대 명예교수가 제주도에 내려와 언청이 봉사진료를 할 때 동참했고 제주지부에서 총무이사, 부회장 등을 두루 거쳐 제주지부 회장을 두차례나 역임하는 등 치과계 발전에도 모범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또한 그는 한국산악회 제주지부장, 제주로터리클럽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하는 등 제주지역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무엇보다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거창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 보다는 주어진 위치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게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하는 梁지사장은 “일상생활을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 책임도 다 하는 것이고 그 일환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소박하게 말을 맺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