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이라크에 민간 의료단을 파견키로 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폐허가 된 이라크에는 현재 전쟁의 상흔과 굶주림, 그리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이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위해 치과의사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 의료봉사활동의 길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일 보도되는 이라크 소식은 전쟁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그들의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한국전쟁 후 지금까지 결코 편한 적이 없는 북한과의 냉전이 아직 한반도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국민의 상흔에서 한반도 7천여 겨레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가슴 쓰리다. 만일 내 형제가, 만일 내 아이가, 만일 내 친구가 거리에서 집에서 끔직한 모습으로 운명을 달리하거나 부상으로 신음한다면…하는 생각이 들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고 누구든지 말한다. 그러나 국제 정세는 시시각각 국익과 연관되어 변화해 가고 있다.
이데올로기 시대가 종언을 한 후 세계 무대는 경제적 국익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 가운데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는 전쟁은 여지없이 일어나곤 한다.
최근 한국의 파병문제로 국내 정세가 시끌거린다. 국가적 이권 때문에 파병할 수는 없다는 시민단체들의 인도주의적 외침이 있는가 하면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어려운 결단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고자 하는 국민들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자. 우선 우리 치과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가장 인도주의적인 일, 그것은 바로 인술이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머나먼 한국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바로 이같은 인술이다.
鄭在奎(정재규) 협회장도 의료단 파견을 결정하면서 “의료인으로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만8천여 치과의사 모두 같이 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 뜻이 있는 자원자가 많았으면 한다.
사실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의료인들이다. 그들은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 유일하게 생명을 지켜내는 일을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다친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전쟁 속에 활약했던 유명한 의료인들이 많이 회자되곤 한다.
최근에는 국경없는 의사회같이 조직적으로 활약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한국도 국제적인 활약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세계가 지구촌화 하고 있는 이 때에 앞으로 어느 곳이던간에 전쟁이 있는 곳에 한국의 인술도 함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치협에서 치과의사를 파견한다는 결정은 매우 잘한 일이다. 관심있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