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치료방법선택권의 범위
진료에 관한 모든 권리는 의사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대량보급으로 이제는 의료에 관한 지식도 더 이상 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온 것 같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자신의 의료적 판단 하에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법으로는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가 궁금하다는 질문을 여러 번 받는다.
판례는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재량권이 있다고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다.
즉 교통사고를 당하여 반혼수상태가 된 채 병원에 입원하여 수혈과 지혈제 및 영양제의 주사 등의 치료를 받는 환자가 내원한 경우 그 당시 그 병원과 그 지역에서는 장기출혈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개복수술밖에 없었던 경우, 환자의 경과가 수술을 할 수도 있고 관망할 수도 있는 상태에서 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고 관망하던 중 환자가 그 이튿날 간손상에 의한 복강내출혈로 인한 쇼크로 사망하게 되었다면, 사후에 그때 혹시 수술을 하였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판단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처치는 의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재량에 속하는 행위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과실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판례에 의하면 환자의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의사의 재량성을 광범위하게 인정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의 치료행위라는 것이 그 자체가 사람의 신체에 손을 대는 위험한 술식이므로 늘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인체라는 것이 치료나 약제에 대하여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의학작용으로 반드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의료행위의 특수성들로 인하여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판단과 처치에 대하여 의학전문가인 의사에게 어느 정도 자유로운 활동영역을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판례는 또한 의사의 진료방법이나 약제의 선택에 대한 재량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한밤중인 1시경에 홀로 당직근무를 하던 수련의가 극심한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그 수련의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에 의하여 환자 치료방법으로 우선 호흡곤란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요법을 쓰기로 하고 그 대증요법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주사 약제를 선택한 다음 간호사에게 지시하여 적절한 방법에 따라 주사하였는데 환자가 사망한 사례에서 의사가 선택한 진료방법이나 약제의 선택이 명백히 합리성을 결한 것이 아닌 한 그것은 의사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그 치료중에 환자가 사망하였다 하여 의사에게 막바로 의료과오상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들을 보면 법원은 일단은 의사의 의료상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의사의 치료방법이나 약제의 선택, 수술여부의 결정권 등에 대하여도 재량성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여러 가지의 치료의 가능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성실히 치료를 하였다고 판단되면 의사가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그 결과가 설사 나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의사에게는 과실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재량과 관련하여 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그 보험금액 이상의 진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치료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초래된 결과에 대하여도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우리 나라의 현 의료보험제도하에서는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려 내원한 환자에게 이러 이러한 진료를 하고 약제처방은 어떻게 하도록 진료행위가 정해져 있고 범위에 정하여지지 않은 진료는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진료비도 못받아 사실상 정해진 규격진료가 강요되어 진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의사의 재량성은 크게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의료보험이 인정하는 진료만을 행했는데 악결과가 초래되었다면 그 나은 양질의 진료방법이 있음을 알고도 의사가 의료보험 때문에 시행하지 않은 경우에 의사의 책임이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