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사진만 10만장 보유한 국내 전문가
“윔블던대회등 국제대회서도 셔터 누르고파”
신천동 모 아파트 상가 내에 자리한 우성 치과의원에 들어서면 곳곳에 테니스 선수들의 역동적인 사진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테니스 라켓에 부딪치는 볼의 스피드와 선수들의 움직임, 표정 등 한 컷의 사진 속에서 경기의 스릴과 박진감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듯 하다.
현직 치과의사로서 테니스 경기 사진만을 전문으로 찍어 눈길을 끌고 있는 李得榮(이득영·우성치과의원)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
李 원장이 사진에 관심을 갖고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단국치대 예과 재학시절이다. 물론 그 전부터도 사진에 대한 호기심은 많았다고 회고했다.
테니스 경기 사진을 전문적으로 사진에 담게 된 계기는 李 원장이 건강을 위해 테니스를 치면서 국내 유일의 테니스 전문 잡지인 ‘테니스 코리아’란 잡지를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李 원장이 테니스 경기 사진을 전문적으로 활발히 찍기 시작한 것은 잡지 ‘테니스 코리아’ 객원 사진기자로 활동하게 되면서 더욱 구체화 됐다. 이로써 李 원장도 국내 유일의 테니스 전문 사진기자가 된 셈이다.
“테니스 경기 사진을 찍기 시작할 무렵, 처음엔 주변에서도 취미생활 정도로 여기곤 했었어요. 하지만 테니스 사진을 위해 국내서 열리는 각종 대회 때마다 쫓아다니며 열의를 보이자 주위서도 점차 전문가로 생각해 주는 것 같아요.”
최근엔 충무로를 중심으로 결성된 전문 사진인 모임에서도 李 원장의 테니스 사진들이 그 실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테니스 사진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李 원장의 테니스 실력도 수준급. 李 원장은 “테니스 경기 흐름을 잘 알지 못하면 사진 역시도 생동감이 떨어진다”면서 “한 경기에서 한 선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경기 내내 코트를 떠나지 않고 경기 흐름과 함께 선수들의 심리상태 하나하나도 놓치면 안된다”고 노하우를 밝혔다.
심지어 스포츠 전문 사진기자들에게서 사진 제공을 부탁 받은 적도 적지 않았다고 李 원장은 고백했다. 그 뿐 아니다. 어떤 사진 작가의 경우는 李 원장에게 문의도 않고 사진을 개인 사이트에 버젓이 올린 적도 있다고 했다.
李 원장이 테니스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힘든 점은 테니스 경기 자체를 즐길 틈이 없다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한 컷의 사진을 위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진료시간에 맞추는 것이라고. 국내 대회는 주로 평일에 열리기 때문이다. 李 원장이 경기가 열리는 날에 주로 햄버거를 애용(?)하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
그러나 李 원장이 사진으로 인해 치과 진료를 소홀히 하거나 쉬는 날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李 원장이 국내서 열리는 국제대회 및 각종 대회만을 주로 찍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잡지사에서 외국 유명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기간동안 함께 동행하자는 제의도 많았지만 뿌리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랜 기간 치과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젠가는 윔블던, US 오픈대회 등 큰 국제대회에 참석해 마음껏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습니다.”
李 원장이 대회 때 하루에 찍는 양은 무려 700~800컷. 현재 테니스 사진 보유량만 10만장 이상이라고 전했다.
“보통 테니스 사진이 선수에만 국한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선수 뿐 아니라 주변전경, 코트 등 경기장 전체가 모두 포함됩니다. 대회 때마다 햇볕량, 코트 상태, 관람객 수 등도 사진에 많은 영향을 주지요.”
李 원장이 테니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으면서 국내 선수들을 비롯해 감독, 선수 가족들 등 관계자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심지어 어떤 선수 부모는 자식의 테니스 경기 사진을 미리 부탁하기도 할 정도로 李 원장은 유명인이 됐다.
李 원장은 요즘 한 가지 꿈이 생겼다. 테니스 경기 사진만을 담은 데이터 베이스 사이트를 국내 최초로 운영하고 싶은 게 그것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테니스 붐 조성에도 이바지 하고 싶다는 것.
“우리 나라에서 테니스는 아직 비인기 종목으로 즐기는 동호인은 많으나 경기장을 찾는 관람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국내 테니스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李 원장은 이형택, 조윤정 등 국내 스타 선수 외에도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국내 주니어 선수들이 있다며 그 선수들이 몇 년 뒤 세계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제패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