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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만나는 철학이야기>
미셸 푸코 : 담론, 권력, 주체 <3>

관리자 기자  2003.07.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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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체계는 또한 배제(exclusion)의 체계이기도 하다. 푸코의 사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배제의 문제를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광기의 역사’와 ‘임상의학의 탄생’은 정상인으로부터 배제되는 광인과 병자를 다루고 있고, ‘말과 사물’과 ‘지식의 고고학’은 일반적인 인식론에서 다루어지는 과학들 및 철학사에서 다루어지는 철학들이 아니라 보다 하위의 층위를 형성하는 ‘지식들" 또는 ‘담론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감시와 처벌’ 및 ‘성의 역사’는 보다 직접적으로 배제되는 존재들(죄수들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점에서 푸코의 사유는 동성애자로서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경험을 했던 푸코 자신의 체험이 철학으로 승화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푸코의 사유는 바깥의 사유이다. 현상학의 내면성을 거부하는 바깥의 사유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푸코에게는 넓은 의미에서의 구조주의자로서의 측면이 있다. 현상학은 인간의 내면, 주체성, 의식 등을 특화해서 논의하는 사유 전통이거니와, 구조주의 사유는 이런 내면성을 거부하고 인간을 바깥으로부터, 즉 인간을 포함하고 있는 객관적인 장(場)으로부터 사유하고 있다. 또 푸코는 동일자와 타자의 나눔을 가능하게 하는 경계선을 사유했다는 점에서 경계선에, 극한에 선 사상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푸코는 타자의 문제를 사유하되 그것을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에서 사유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푸코는 프랑스 인식론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끌어 갔다고 할 수도 있다. 프랑스 인식론은 늘 ‘과학사"를 메타적으로 검토해 온 전통이다. 꽁트는 과학사를 연구함으로써 유명한 역사 3단계 법칙을 이끌어 냈다. 메이에르송은 과학사를 연구하면서 ‘역사적 아프리오리" 개념에 입각해 과학사 전체를 "동일성"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바슐라르는 과학사를 새롭게 연구해서 과학사란 연속적 과정이기보다는 불연속적 과정임을 밝혀냈다. 그 외에도 프랑스의 굵직한 철학자들은 모두 과학사에 대한 메타적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사유를 전개했다. 푸코는 바로 이 전통에 서서 정신병리학, 임상의학, 인구학, 우생학, 통계학, 범죄학, 형법학, 법의학, 정신분석학,… 등등의 담론들을 분석해 온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말해 푸코의 이런 연구가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을 더 풍부하게 해 주고, 또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푸코는 한편으로 타자라는 문제를 다루었으나, 푸코를 푸코이게 해 주는 것은 그가 그 문제를 담론 분석(더 정확하게는 ‘지식"의 분석)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다루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을 경우 푸코의 사유는 피상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다음호에 계속> 철학아카데미 02)722-2871 www.acaphil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