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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 담론, 권력, 주체 <5>
정상과 비정상(상)

관리자 기자  2003.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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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스승인 깡길렘을 따라, 그리고 그 자신의 실존적 체험을 따라 "정상과 병리"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그 결과 쓰여진 것이 ‘광기의 역사’이고, 이 책이 현대철학의 문턱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깡길렘은 생명과학 및 의학에 관련해 많은 연구를 남겼으며, 알튀세, 푸코, 들뢰즈, 세르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을 길러낸 훌륭한 스승이었다. 깡길렘이 제기한 핵심적인 문제는 ‘정상과 병리’ 또는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였다. 그러나 깡길렘에게서는 이것이 순수 인식론의 문제로만 다뤄졌으며 정치적 차원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푸코는 깡길렘을 이어받아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를 다뤘으며, 이 문제를 서구 이성에 대한 비판 및 인간존재론의 문제 그리고 지식과 권력의 문제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푸코는 여기에서 우선 "정의(definition)"의 문제를 다룬다. 광기를 정의한다는 것의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광기는 늘 "합리성(rationality)"의 부정으로서 정의됐으며, 합리성의 규정이 바뀌면 그에 따라 광기의 규정도 바뀌어 왔다. 즉 광기가 어떤 것인가를 정의했다기보다는 합리성을 정의해 놓고서, 그것이 아닌 것을 광기로 본 것이다. 따라서 광기는 늘 그것 자체로서 다뤄진 것이 아니다. 나아가 이런 맥락은 어떤 고정된 논리적 구조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상이한 형태들로 진쟁돼 온 것이다. 푸코는 정의의 역사성을 강조한다. 즉 어떤 존재에 대한 정의는 역사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광기라는 타자는 합리성이라는 동일자를 가능하게 하는 침묵의 거울로서 작용했던 것이다. 푸코는 이 맥락에서 중세의 나병과 고전 시대의 광기를 비교한다. 푸코에게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지정학(地政學)"이다. 즉 지리학과 정치학이 함께 논의된다. 푸코는 타자의 장소들을 탐구한다. 나병환자 수용소, 오피탈 제네랄(제네랄 하스피탈), 감옥, 제한구역, 빈민가, 홍등가, ... 등등. 논리적 정의와 지리적 장소는 서로 구분되면서도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이름’이 곧 지리적인 ‘자리’를 함축한다. 푸코는 한 사회에서 배제되는 공간이 존재하며, 시대가 달라져도 그 공간은 새로운 얼굴로 다시 나타난다고 말한다. 나병은 사라졌지만 이 비천한 장소들과 의식(儀式)들은 남아 있었다. 나병에 대한 의식은 나병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병으로부터 신성한 거리를 유지하고 나병을 저주 속에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 나환자 수용소가 비워져 가는 동안에 나병보다도 더 오래 존속한 것은 나환자의 모습에 투영된 이미지와 가치였으며, 이러한 격리가 갖는 의미 즉 신성한 집단에 소속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 집단에서 축출되지도 않은 이 두렵고 고집스러운 모습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이었다.(‘광기의 역사’) 사회는 배제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른바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배제된 공간과 스스로를 대비시킴으로써 스스로의 동일성을 확인한다. 이성은 그것의 가치에 맞지 않는 것들을 배제했고 그 배제를 통해 스스로의 동일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1193호에 계속> 철학아카데미 02)722-2871 www.acaphil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