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가 되기 위해
다른 소중한 것들을 너무 많이
잃게 되는건 아닌지...
얼마 전 생일 선물로 가까운 친척에게 책 선물을 받았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특기’라고 한 친구의 말이 문득 생각나며, 이 보기 드문 특기를 알고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어 보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 전집이었다.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 책이 최고의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나같은 사람에게 생일 선물로 오게 되었나 호기심 반, 선물에 대한 예의 반으로
읽어보았다.
과연 그 저자의 말대로 하면 돈을 크게 벌어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또 한
편으로는 나름대로 사회에서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변호사나 치과의사 등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나 수입 창출의 과정이 다소 우둔하고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 책의 내용은 그 저자의 말대로 ‘봉급 생활자’나 ‘자영업자’가 ‘사업가’나
‘투자가’로의 변화를 찾을 때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시민적인 사고와 생활에
안주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어떤 형태이든지 새로운 사고의 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저자가 실제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읽어 나가며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는 사회의 기여도에 대한 시각이다. 저자는 탁월한 부동산 감각으로 적정가보다 낮게
책정된 집이나 땅을 사서 충분한 수익률을 예상한 가격으로 되파는 과정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다고 적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자신이 사는 사회에 공헌하는 부분이 과연 있는가 하는 점이다. 몸을
고되게 움직여야 돈을 버는 직업이라 하여 전문가 그룹에 대한 연민 비슷한 감정을 나타낸
것 또한 이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보여진다.
둘째는, 그 부의 축적의 과정을 통하여 나타나는 자아 실현의 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아 실현의 구체적인 결과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인생의 황혼이 다가와 삶을 돌이켜 볼 때 과연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해 다른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잃은 후회로 가슴을 치지는 않을지도 생각해 볼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에서 투자의 지혜를 선택적으로 취할 수도 있겠다. 19세기 중엽 미국을
들끓게 한 골드 러시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서부에 금맥을 찾으러 몰려들었을 때 정작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그 사람들 옆에서 땅을 파는 작업에 가장 편한 옷이라며 판매하던
‘리바이스’ 청바지 회사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우리 나라의 벤처 열풍에서 가장 재미를 본 사람은 테헤란로에 입주한 벤처 업체에
사무용 가구를 판매한 회사와 전문 컨설팅을 하여 수고료를 받은 교수들이었다는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투자의 함정을 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효과적인 책읽기와 그 응용이 될 수 있겠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안타깝게도 이 나라의 경제 현실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21세기를
들어서며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첫해와 두 번째 해는
구조 조정의 풍문으로 시작하여 도처에서 일터를 잃은 사람들의 낮은 눈빛으로 어둡다.
실업자가 속출하는 이 혼란 속에서도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더 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혼란 속의 꿈의 성취에 있어서도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다. 돈을
버는 과정을 포함하여 죽음에 직면하기까지 한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은 그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위대한 선택이다.
한 의사가 수십년 환자를 보며 그 소명의식으로 살아가든, 성공적으로 투자할 대상을 찾아
바쁜 걸음과 눈 놀림을 주로 하여 살아가든 시간은 그의 앞에서 도도하게, 그리고 유유히
흐를 것이다.
또한 각자의 선택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자 아빠의 윤곽 만들기의 과정은 이를 지켜보며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는 밑거름으로 각인 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모습의 부자 아빠로 남아 있을지 자문해 볼일이다.
문화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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