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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참전기(하)] 열사의 땅 이라크/홍성휘(제마부대1진육군소령)

관리자 기자  2003.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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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땅 이라크
<1229호에서 계속>


현지 통역인과 시내병원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이라크 나시리아의 모든 환자들이 한국 제마병원에 가서 진료받기를 원한다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 속에 환자들은 계속 몰려들어 2개월 이상 환자 예약이 완료되어 2500명 이상의 환자가 진료 대기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환자는 고혈압, 당뇨병, 천식, 결핵, 화상, 만성피부질환 등 열악한 의식주 생활과 풍토적 특성 및 1차적 단순질환이 치료 부재로 인하여 심하게 악화된 만성질환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전쟁과 관련된 환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개원 이후 제마부대 1진이 복귀하기 전까지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가 연인원 4,139명이었고, 병원개원 전 간이 진료소를 통해서 진료한 환자 628명 등 우리 제마부대 1진이 현지에서 진료한 환자는 순회진료시 진료한 환자를 포함해 연인원 총 7,346명이었습니다.


이처럼 이라크 주민들이 인정할 정도로 한명 한명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지만 때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심한 환자들이 올 때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사전에 예방을 하거나 미리 조기 치료를 하지 못해 병이 커진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 우리들은 1차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치료에 보다 중점을 두기로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위생관념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위생관념을 가르칠까 많은 고민을 하다보니 이곳 사람들은 물이 부족해 세수도 대충하는데다 특히, 거의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치과진료를 하다보면 정말 심한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양치질을 안해 말 그대로 입안이 엉망인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치과 군의관과 위생병은 매일 저에게 하소연을 하면서도 진료 때만 되면 제한된 장비를 가지고도 묵묵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습니다.


너무나 환자가 많아 휴일도 반납한 채 진료할 때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서 제일 우선적으로 이들에게 구강위생의 중요성을 먼저 교육시키기로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중 다행히도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연락이 돼 우리의 취지를 흔쾌히 허락한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협조를 얻어 치약과 칫솔을 획득, 2회에 걸쳐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구강위생의 중요성 및 양치질 요령 등을 교육하고 치약과 칫솔을 나눠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시범을 본 후 한번씩 양치질을 해보고는 입안이 너무나 개운하다며 앞 다투어 치약과 칫솔을 받아가 가져간 1000개의 치약과 2,000개의 칫솔이 순식간에 바닥이 났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활동에 모든 학생들이 좋아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부모님들에게도 소문이 나서 우리를 볼 때마다 한국 최고라는 ‘꾸리 넘버원’을 외쳐대곤 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준 치과군의관과 위생병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또한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사랑의 의술을 베풀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육군본부 치의병과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라크 파병 6개월, 정말 할 말도 많고 추억도 많지만 소중했던 경험입니다.


가족의 소중함과 조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으며, 사랑의 의술을 펼치는 것이 값없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렇지만 정말 보람된 경험이었다는 것, 정말 저에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에 할일을 다했다는 자긍심을 가지며 이은상 시인의 “너 왜 거기 서있냐고 묻거든 내 조국 내 나라를 위해 나 거기 서 있노라”는 말로 소감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