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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중합…치과계 의견 들어야

관리자 기자  2004.03.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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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계획을 발표할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과 광중합형 글래스 아이노머 시멘트(이하 통칭 ‘광중합 레진 등")의 급여화를 발표하면서 치과계는 연일 이문제를 가지고 반발하고 있다.
당국이 광중합레진 등에 대한 급여화를 발표하면서 치과계를 더욱 자극한 것은 바로 예산이다. 연간 5백20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정보고 했으나 실상으로는 이 급여 예산액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산대로라면 1인당 치과수가 6700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7년도에 대한치과보존학회에서 산출한 내용에 따르면 재료비와 소요시간에 따른 인건비를 포함하여 큰 와동의 경우 7만530원, 작은 와동의 경우 5만2170원이었다. 7년 전의 산출비용 보다 무려 9∼10배 가량 적은 금액을 당국이 산출해 놓은 것이다.
당시 의료보험연합회에서 제시했던 수가도 1만4185원이었는데 이보다도 적은 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이같은 졸속 예산을 왜 정부는 아무런 검토없이 제시했는가, 이 정도의 수가만으로도 광중합 레진 등의 치료가 제대로 된다고 본 것인지 의아스럽다.


광중합레진 등의 치료가 눈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실상 기술적인 부분은 치과의사들에게 물어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같은 과정을 생략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정부는 항상 의료계가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경향이 많다. 그로 인해 툭하면 언론 플레이로 의료인들이 급여비를 부당하게 포식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서 처럼 당국이 어느 사안을 정할 때 얼마나 의료인들의 희생만을 원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면 의료인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치과계는 이번 광중합 레진 등의 급여화 문제로 신경이 날카로와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어느 한 두가지 술식에 대한 급여비가 너무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 당국의 인식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의료인의 끝없는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본지가 취재한 박성호 연세치대 교수의 말대로 정책 관계자가 레진과 글래스아이노머 시멘트에 대한 차이점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는 지적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떻게 수많은 재료와 술식을 정책 관계자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들이 갖춰야 할 자세라는 것이다.


당국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빠른 시일 내에 원점으로 환원하여 치과계와 심도있는 의견을 나눠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길은 빠른 시일내에 바로 잡아가면 별 문제가 없지만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돌아가야 할 길이 멀게 되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지 말고 당국의 현명한 개선책 마련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