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시즌이 다가오면서 치과병·의원 임대계약서 작성시 원장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태경건물 5층에 치과를 개원하기 위해 김 모원장은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이모상무(중국지역 상무)가 건물주로 돼 있는 건물을 임대계약하면서 대기업 간부의 건물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약서 작성을 소홀히해 개원한지 몇 개월만에 건물에서 쫓겨나야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계약 체결 당시 집주인 대리인으로 참석한 이모상무의 어머니 김모씨와 처음 계약서 작성시 5년 계약이라는 문구를 삽입했으나 나중에 평수를 낮춰 다시 계약할 때 김모씨의 말만 믿고 ‘계약기간은 1년이고 5년간 협의하에 연장할 수 있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게 큰 실수였다.
김 원장은 처음 계약처럼 5년 계약을 요구했지만 건물주 대리인으로 나온 이모상무의 모친(실질적 건물주)인 김모씨가 업체관계자, 인테리어업자 등이 동석한 자리에서 5년이고 10년이고 치과를 운영하라고 구두로 약속함에 따라 5년 임대라는 문구를 따로 명기하지 않은채 계약서를 체결했던 것.
김 원장은 올 2월초에 건물매각 됐다는 통지서를 받았을 때도 ‘절대 건물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김모씨의 말만 믿고 안심하다가 지난 4월에는 건물이 매각됐으니 알아서 하라고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개원한지 몇 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건물주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건물이 곧 재건축될 예정이어서 계약서대로라면 이달 초까지 병원을 비워줘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 원장은 여러 가지 전후사정으로 볼 때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틈새를 악용해 계획적으로 꾸민 일에 말려들었다는 느낌을 갖게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이로인해 김 원장은 인테리어 비용 등 4억여원의 피해와 엄청난 정신적 고충을 겪고 있다. 이 건물에 입주한 내과, 정형외과 원장들과 모닝글로리 등도 김 원장과 똑같은 피해를 당하게 됐다.
김 원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실제 건물주인이 김모씨에게 계약을 더 연장해달라고 사정도 해보고 중국에 있는 건물주인에게 전화해 호소도 해봤지만 모자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원장은 “국내 최고의 윤리의식을 갖고 있다는 삼성전자 임원이 건물주로 돼 있어 안심하고 계약했는데 이제와서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그동안 신뢰를 갖고 대해온 환자들에게 뭐라고 설명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원장은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이런 사람들은 지탄받아야 마당하다”며 “문을 닫고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에는 정의와 상식이 통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고 하소연 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