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까지 책임 떠맡는 경우 허다
부득 계약시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자신의 명의를 대여해 주고 이중개설 병원에 취업했던 관리의사들의 잇따른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세심한 주위가 요구된다.
이는 명의를 대여했던 병원에서 발생한 세무·의료사고 등 각종 문제들이 병원근무시는 물론 퇴직 후에도 관리의사 자신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짐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무턱대고 취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관리의사인 경우 불법 취업이기에 피해를 입더라도 적절한 보상은커녕, 오히려 공범으로 처벌받게 돼 있어, 속앓이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개설이 불법인 줄은 알았지만 페이닥터 보다 연봉을 좀 더 얹어 주겠다는 선배의 제의에 솔깃해, 졸업과 동시에 관리의사 직을 수락했던 K원장.
자신의 치과를 개원하기 전, 병원 경영의 실질적인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가족이나 남들이 보기에도 페이닥터 보단 이름뿐이긴 하지만 원장으로 불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관리의사직 수락이 차후 자신의 개원에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관리의사로 근무한지 1년 반이 지났을 무렵 K원장은 관리의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병원을 개원코자 선배를 찾았다. 그러나 선배는 “너를 전적으로 믿고 이중개설을 한 것인데 병원이 완전히 자리 잡기도 전에 그만두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K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결국 3년을 꽉 채운 후, 겨우 다른 동네에 자신의 치과를 개원하고 있던 어느날 세무조사반이 들이 닥쳤다.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목 돼 지난 3년간 운영해 온 치과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 직전 병원의 실질적인 주인은 선배였지만 자신의 명의로 치과를 개설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니 세무조사반에 사실대로 얘기 할 수도 없고, 다급한 마음에 병원의 실제주인인 선배를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선배는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일관했다.
결국 모든 책임을 떠안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양승욱 치협 고문변호사는 “이 같은 경우 관계 부처에 항변할 수는 있지만 이중개설에 따른 자금이동 경로 등 이중개설 사실을 입증해야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또 “이를 입증한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이중개설을 인정하는 것이 돼, 이중개설 원장뿐 아니라 관리의사로 일한 자신도 공범으로서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경우 통상 벌금형 또는 1~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의료컨설팅사인 PMCG 박준배 대표는 “관리의사로 취업할 경우 각종 리스크가 뒤따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 대부분이 선후배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적법하지 못 한 사항이다 보니 쉬쉬하고 속앓이만 하다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관리의사가 속해 있는 병원에서 의료소송이 발생, 관리의사 명의로 의료소송이 진행돼 이력에 오점을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하며 “현행법상 위법이지만 부득이하게 취업하게 될 경우, 병원운영 과정시 뿐만 아니라 차후에 발생하게 될 각종 책임 부분에 대한 계약을 철저히 하고 만약을 대비해 이를 문서로 꼭 남겨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