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숨이
턱밑에까지 차올라와
이대로 심장이 폭발하거나…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지나갈 때도 나는 나만의 지름길로 혼자서 내달음쳐 5, 6명씩 추월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그리고 깔딱고개-숨이 깔딱(?) 넘어간다는 바로 그 뜻-의 마지막 피치에서도 거친 숨을 고르며 그대로 정상까지 골인해 버린다.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이마와 등줄기로 배어나오는 땀을 닦으며, 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가슴 한켠이 후려-언 해진다. 마치 내 몸과 자연이 동화된 기분이다. 아아, 대 자연의 위대함이란 -일순간에 나에게 있던 모든 잡음과 잡념을 깨끗이 씻어내 버린다. 확실히 인간의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목요일에는 치의신보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런 원고청탁 전화에 내심 놀라웠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알고보니 거의 반강제(?)로 기고한 관악구 소식지의 내 글을 보고 전화하시는 거란다. 활자의 힘이 무섭구나. 아무도 안 볼 것 같았는데.
이제 개업 4년차, 생각해보니 벌써 햇수로는 4년이 됐다. 01년 관리의사로 시작해 그 다음해에 병원 인수하고, 또 병원 이사도 하게 되고 지금이 04년, 마냥 하루 하루 진료만 본 것 같은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단 말인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다가 아직도 진료는 그리 간단치 않고 만만치도 않다. 더 배워야 할 내용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런데 벌써 내가 4년차란 말인가. 내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해서일까? 다른 클리닉의 실력과 여유을 겸비한 치과의사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나에게 원고 청탁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런데 그냥 우물 쭈물 수락해 버리고만 내 자신이 이제 보니 약간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잠시 쉬었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제2의 고지인 연주대를 향해서 다시 출발한다. 어느새 쉬었던 두 다리가 나보다 앞서가는 느낌이다. 거의 반자동이다.
후-, 바위 능선길을 타고 가다보면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그야 말로 탁 트여 거칠 것이 없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날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가야 할 정도다. ‘저어리 날라가면 어디까지 떨어질까?’ 시원한 마음에 괜한 상상도 나를 뒤따라온다. ‘역시 등산을 시작하길 잘했어, 정말 길이 있다면 끝까지 가고 싶은 심정이야. 후후. 왜 진작 못했을까...’
사실은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건강의 적신호를 받고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번 종신보험을 위한 신체검사때 아침 공복상태에서 잰 혈당수치가 ‘119’ 라는 통보를 받았다. 재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 마이 갓!. 아, 내가 그동안 너무 건강에 무심했구나. 그래서 시작한 일요일 오전의 관악산 등반. 처음에는 숨이 턱 밑에까지 차올라와 이대로 심장이 폭발하지나 않을까 싶었다. 그러던 것이 3개월 전인데 이젠 등산을 한 주 건너뛰면 몸이 참기 힘들 정도로 근질거린다. 특이한 것은 휴일인 일요일에 이렇게 무리하게 등산을 하고 나면 월요일부터 더 힘들 것이라고 추측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실상은 시간이 훨씬 더 잘 간다는 사실을 깨닫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또 체중도 78kg이던 것이 72kg으로 줄어 덕분에 바지가 다 헐렁해졌지만 뭐 그게 대수이겠는가.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연주대 까지는 금방이다. 깍아지른 듯 삐죽 삐죽 솟아있는 절벽바위 위에 지어진 암자인 연주대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간단히 참배를 마치고 부근에서 요기를 한다. 과일이나 음료 및 간단한 식사. 식사후에는 잠깐 팔배게를 하고 누워도 좋다. 10~20분이면 족하다. 실눈을 떠보면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소리없이 흐르고 있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자 이제 하산길이다.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전진해보자.
관악산은 특히 기암괴석이 많아서 내려가는 길도 은근히 멋이 있다. 우리 일행이 찾아낸 돌고래 형제도 있고, 흐뭇한 웃음을 만면에 띈 두꺼비도 있고, 으레 있기 마련인 남근석도 있고(꽤 힘차게 솟아있다.), 또 걸터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