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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스탭을 위한 임상연구회/행복코디]1. 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관리자 기자  2004.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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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부터 이 칼럼은 ‘치과스탭을 위한 임상연구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맡아 연재합니다. 지난 1988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연구회는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등 20여명이 중심이돼 매월 한번씩 모여 정기세미나 등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연구회는 ‘신나는 병원 만들기’를 주제로한 공개세미나, ‘임프란트 코디네이터 초급/중급 과정’ 공개 세미나 등을 개최해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연구회 회원들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칼럼이 원장님과 스탭 여러분들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한 3년쯤 됐을까?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와 당시 근무하던 치과를 찾으셨을 때는 나 스스로 꽤나 임상지식도 풍부하고 상담능력도 좀 되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뭐 그쯤으로 자부하던 때였다.
당시 할아버지 상태는 총의치였는데,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셔서 골 흡수가 많이 돼 있었다. 한마디로 더 이상은 틀니로 잘 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근무하던 치과는 그 지역에서는 틀니에 대해 이름이 좀 나있었고 원장님 스스로도 힘들다고 하실만큼 환자가 밀려 들었던 중이었다. 어쨌거나 할아버지는 다른 치과에선 별 신통한 대답을 못 들으신 상태라 우리 치과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을 것이었다. 먼저 예진을 하는 것이 나의 업무라 할아버지를 먼저 뵙고 구강검사를 했다. 하지만 특별히 해드릴 말이 없었다. 그냥 한숨만 나왔었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기에 빙그레 웃으며 “할아버지 참 미남이시네요. 근데 틀니는 오래 쓰셨나 봐요? 잇몸이 좀 좁고 작다”라고 하고 그냥 원장님께 진찰을 의뢰했다. 의외로 원장님의 결론은 간단했다. “하실 거면 본뜨세요.” 내심 불안한 마음에 틀니를 하고 나서도 많이 불편하실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냥 진료비 상담을 해드렸다. 사람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냥 잘만 해달라고 하시며 웃기만 하셨다. 남의 속 타는 줄도 모르시고….


어쨌거나 너무 안 좋다고만 하면 그것도 병원 이미지상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겠다고만 했다.


틀니를 완성하고 예상했던대로 김 할아버지의 고통의 나날은 시작됐다.
자꾸 찾아오시는 할아버지를 밀려있는 환자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실 때마다 여기 조금 저기 조금 갈아드리기만 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그 날도 그랬다. 또 조금 갈아드리고 일어서는 원장님께 뭐라 말씀하려 하신 할아버지, 그러나 원장님은 그런 할아버지께 “다음에요. 너무 바빠서….” 하고 돌아서셨다. 그 뒤로 내가 얼마나 달랬는지…. 그렇게 역정 내시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원래 상황이 나쁘다’, ‘더 해도 더 이상은 안 된다’, ‘여하간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만들 각오도 되어 있다’ 등등.


그 뒤 우린 할아버지께 정말 최선을 다했다. 오시면 먼저 봐드리고 틀니도 다시 만들어 드리고, rebasing, relining 등 정말 후회 하지 않을만큼 열심히 했다. 물론 그 전에도 나름대로 열심이었지만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나 생각은 좀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소극적 대응에서 적극적 대응으로의 변화라고 할까? 아무튼 전 보다는 훨씬 좋다는 할아버지의 만족한 웃음은 정말 좋아서라기보다는 우리의 성의가 좋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바빴던 것이 죄라면 죄. 초기에 상담이 좀더 성실 했다면 처음에 그리 큰 기대가 없었을 것이다. 또 자꾸 오시는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우리끼리 뒤에서 “큰일이다. 어쩌지?” 했던 것이 내색하지 않아도 할아버지 눈에는 보였던 것 같다.


몇 달 전 할머니와 함께 시장골목을 지나시는 할아버지를 먼발치에서 뵈었다. 할머니와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환하게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입안에 아래 틀니는 보이지 않았다.
강선옥 <서울 미치과 고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