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필름 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내 치과방사선학의 산증인으로서 방사선학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온 박태원 서울치대 구강악안면방사선과 교수가 오는 31일 40여년간의 공직 생활을 정리하고 정년 퇴임한다.
박 교수는 “방사선학은 학문의 변화·발전 속도가 그 어느 과보다 빠른 분야로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밤낮 구분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정년을 맞게 됐다”면서 “마음은 아직도 20대라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먼 것 같아 시원섭섭한 마음이 교차한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65년 서울대 치과병원 전공의 수료 후, 67년 서울치대 시간 강사로 첫 부임,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던 치과방사선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후 지난 40여 년간 일년에 두세차례씩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새로운 시스템을 습득, 연마하는 한편 병원 작업실에서 자정 넘기기를 밥먹듯이 해가며 자신의 젊음을 치과방사선학 연구에 통채로 반납했다.
사실 구강악안면방사선학은 임프란트 시술을 비롯 각종 치과치료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영역으로 치과 진료의 발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진단기술 분야임에도 불구, 그 동안 돈도 안되고 힘들기만 하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과 분위기에도 불구, 국내 방사선학이 세계 상위수준으로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은 박 교수를 비롯한 방사선관련 학문에 매진하고 있는 관련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희생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구강악안면방사선학 시스템은 미국, 일본 등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견학을 올 정도로 세계에서도 상위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며 “국내 구강악안면방사선 관련 교과서를 비롯 대한구강악안면방사선학회의 학회지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우수한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며 뿌듯해 했다.
박 교수는 특히 “디지털 기술과 IT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앞으로도 치과방사선학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후배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국내무대를 넘어 세계무대를 목표로 뼈를 묻을 각오로 연구에 매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퇴임 후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방사선과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만든 원격판독시스템 관련 벤처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난 40여 년간 이어온 치과의사로서, 또 교수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