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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스텝을 위한 입상연구회/행복코디]4.아~ 잊을 수 없는 최여인

관리자 기자  2004.08.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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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두 분이 진료실로 들어 오셨다. 두 분은 자매였다. 동생되시는 분이 우리 환자였는데, 언니가 오래된 틀니 때문에 아주 고생을 하셔서 보다못한 동생이 우리치과를 소개하신 것 같았다.


언니는 75세된 할머니었다. 진료의자에 앉자마자 할머니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 안에서 무치악 틀니 두 개를 꺼내시며 다그치듯이 말씀하셨다. “위의 것은 좋은디, 밑의 것은 덜렁거려서 씹기 사나워. 이거보다 확실허게 씹을 수 있게 책임지고 맹글 수 있으면 시작하고 그렇치 않으면 안햐.”


이렇게 미리 엄포를 놓으셨다. 달리 안심시켜드릴 방법이 없어 원장님을 팔았다. “걱정 마셔요, 할머니, 원장님이 특별히 신경써서 잘 해드릴거예요” 하고는 원장님을 불렀다. 진단을 마치신 원장님은 그 특유의 웃음으로 “잇몸이 너무 없으시네. 할머니, 걱정 하지 않으시도록 잘 해드릴게요" 하시고는 개인 트레이 인상을 지시하시고 다른 환자를 보기 위해 자리를 뜨셨다.


나는 할머니께 나름대로 충분히 설명했다 생각하고 인상 준비를 하려고 일어서려는데 할머니께서 다시 한 번 다짐을 하셨다. “정말 확실하지?" “네, 할머니 걱정 마셔요. 전번 것보다 훨씬 좋게 해드릴게요." 내 말이 미덥지 못 했을까? 할머닌 갑자기 벌떡 일어 나시며 생각해보고 올테니 쓰시던 틀니가 덜거덕거려서 쓸 수 없으니 그 것만 고쳐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생각하고 틀니에 tissue conditioner를 깔아드렸다. 그제서야 할머니 얼굴이 좀 밝아 지면서 고맙다 하시고 대기실로 나가셨다. 그런데, 한참 뒤 밖으로 나가셨던 자매 분들이 들어오시더니 본을 떠달라 하셨다. 그래서 개인 트레이 인상을 뜨고 할머닌 계약금을 내시고 다음 약속을 하고 댁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보내고 내심 많이 걱정이 됐다. 보통 할머니가 아닌데 틀니가 안맞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다음 약속 날짜가 무섭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할머니는 약속한 날이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으셨다.


어찌된 영문일까 전화 하려던 날, 난데없이 나타난 할머니. “내 틀니 내놓으라” 하셨다. 아직 안됐다고 하니 저번에 본을 뜨고 갔는데 여태 안됐냐고 화부터 내시는 할머니….
어쨌든 다시 차근차근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달래고, 한 템포 늦춘 상담으로 할머니를 진정 시켰다. 하지만 틀니를 사용해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우리 할머니. 결재는 써보고 한다고 못을 박고 가셨다. 나의 마음에 깊숙히….
드디어 그 날. 생각보다 틀니가 잘 맞았다. 할머니도 그걸 느끼셨던 것 같다. 사용해보고 불편하면 다시 오겠노라며 보철비를 완불 하시고 가셨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김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