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전제조건 단 2.65%안 수정 제안
각 의약단체 수용불가…합의점 못찾아
보건의약계 단체 대표로 구성된 요양급여비용협의회(위원장 정재규 협회장)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간 내년도 수가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공단과 요양급여비용협의회는 일요일인 지난 14일 캐피탈호텔에서 오후 7시부터 다음날인 15일 새벽 1시까지 6시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으나, 요양급여비용협의회가 제시한 수가 5% 인상안 과 공단의 1.8% 인상안이 맞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양측은 상대가치수가제 도입 5년만에 한번도 수가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만큼, ‘이번엔 하자’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최초 계약을 시도했다.
특히 처음 두 자리수 인상안을 주장했던 협의회 소속 보건의약단체들도 어려운 국민 사정 등을 고려, 물가 상승분에 준하는 5%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성사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공단이 제시한 1.8% 인상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 이었으며 이에 대한 부당성이 계속 피력되자 공단은 2004년도 수가 인상안과 같고 조건이 붙은 2.65% 인상안을 제시했다.
공단의 2.65%인상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용전제 조건으로▲ 급여확대에 공동 노력하며 ▲내년도에는 각 단체 종별로 계약하는 종별계약제를 도입하고 ▲환산지수의 공동노력 등의 수용을 내세웠다.
이중 종별계약제는 의협만이 찬성하고 치협, 병협, 한의협, 약사회 간협 등은 반대하는 사안이고, 급여확대 공동노력도 보건의약단체는 시간을 갖고 숙고해야하는 부담스러운 조건으로 결국 15일 새벽 비공식적인 협상 결렬이 선언됐다.
공단은 지난 9일까지만 해도 인제대 보건과학정보연구소 김진현 교수의 연구결과를 내세워 2.08% 인하안을 내세우다 지난 11일 0.9% 인상안을 제기, 의약단체들을 자극하면서 거부 당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요양급여비용협의회위원장인 정재규 협회장은 “최선을 다했다. 이번 만큼은 꼭 계약을 성사시키려 보건의료단체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5%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전제조건이 붙고 물가 인상분에도 못 미치는 수가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협의회 간사로서 1달여간 수가협상 타결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기영(치협 보험이사) 간사는 “허탈하다 할 수 있는 방법과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단이 제시한 최대 2% 인상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치가 아니냐”며 “공단이 의약계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며 침통해 했다.
한편 요양급여비용협의회와 공단간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005년도 건강보험수가는 복지부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건정심 내에는 수가인하를 주장하는 민노총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의약단체와의 또 한번의 마찰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예전의 건정심 결정 사례로 볼 때 협의회소속 의약단체가 마지노선으로 주장하는 5% 인상안 관철은 힘들 전망이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