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새 의료소송 10배 정도 증가
60∼70% 환자 승소·배상금 받기도
배상책임보험이 모든 문제 해결 “금물”
환자 입장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만큼 어렵다고 인식됐던 의료분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 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전부터 ‘의료사고 방지 및 의료사고 의심 때 행동 요령’ 등을 숙지, 의료사고를 미연에 대비하는 한편 의료사고 발생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는 의료사고 발생시 원고(피해자)의 의료사고 입증책임에 상당 부분 무게가 살려있던 과거 재판부의 판결이 최근에는 의료인(가해자)이 자신의 의료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
특히 소비자보호원이나 YWCA, 의료사고시민연합 등 소비자·시민단체가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을 돕는데 앞장서면서 이들에게 적극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서둘러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새 의료소송은 10배 정도 폭증했으며, 60~70%의 환자들이 승소 또는 조정 과정을 거쳐 배상금을 받아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1992년 82건에 불과했던 의료소송은 2002년 882건으로 증가, 2003년에는 1000건을 선회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10년 전만 해도 한두 명에 불과했던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가 최근엔 수십명으로 늘어났다.
YWCA 의료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성식 원장은 “요즘 환자들은 진료 전 치료방법서부터 치료에 사용되는 각종 치료재료들까지 공부해와 재료자체에 대한 클레임을 걸기도 하는 등 준 전문가 수준”이라며 “치과의사들도 의료분쟁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또 “관련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의료사고 방지 및 의료사고 의심 때 행동 요령’은 요즘 환자들이 병원 문턱을 밟은 순간부터 얼마나 철저하게 의료분쟁에 대비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배상책임보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의료분쟁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나 원장은 이에 “사전에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게 진료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부득이하게 의료사고가 발생 했을 때에는 해당 환자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사건과 관련해 성의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을 필히 남겨 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할지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여부가 의료사고 판결 시 중요한 참조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나 원장은 또 “사전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명료하게 작성되지 않은 의무기록서 등이 판결 시 최대 관건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진료 중 환자들은 매우 예민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들이 환자의 진료상황이나 사소한 실수 등을 무심코 내뱉을 경우 ‘치료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며 의료사고로 이어졌을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진료 중 분쟁의 소지가 될 만한 불필요한 대화는 나누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의료분쟁 발생으로 소비자보호원이나 환자로부터 관련 진료에 대해 질의를 받게 되거나 내용증명 등 기타 자료의 요청을 받게 될 경우, 막바로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당황한 나머지 실수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나 원장은 이 같은 경우 “지금은 진료중이니 자세한 내용을 정리해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도록 요구하고 주위 선배나 소비자보호원 자문치과의사 등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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