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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4)한밤의 드라이브/양수경

관리자 기자  2005.0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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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미소를 띠울수 있고
가슴속에 따스함을 간직하길
바라면서 한밤의 드라이브를…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찬바람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리 춥진않고…
어둠이 일찍내려 어둑어둑해져 이른 저녁밥을 먹고나면 저녁시간이 매우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저녁 아니 밤에,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역시나 이른 저녁식사후 남편은 색다른 제안을 했다.


한밤의 드라이브…
연애할때도 해보지 못했던 토요일 밤의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드라이브 코스는 남산타워. 남산공원길을 차를 타고 오르는데 중간쯤부터 서행하더니 급기야 앞차가 멈춰버렸다. 아니 이밤에 우리말고도 남산타워를 오르는 이들이 이리도 많을 줄이야.. 아니나 다를까 주차공간이 없는거다. 망설이지 않고 적당한 공간에 차를 주차시키곤 옷깃을 살짝 여미고 운동화끈을 동여매고서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약 300m정도는 걸었을게다. 남산 팔각정이 보이고 왼쪽으로 남산타워가 불빛을 반짝이며 서 있었다.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파 남산 팔각정에 섰는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야경은 커녕 성냥불 아니 라이터 불빛도 보이지 않고 캄캄한 나뭇가지들만이 있었다. 약간의 보수를 지불하고 타워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울에서 몇 번째로 높다는 전망대에 올라 서울밤의 경치 보는 걸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곤 타워를 끼고 한바퀴 돌았더니~ 멋진 너무나 멋진 도시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추운바람에 옷깃 여미는 것조차 잊은채, 한강의 다리 불빛과 어우러진 밤풍경을 바라보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의 역할, 사회적 지위, 가족, 나이.... 거기에서 나는 그냥 나일 뿐이었다. 잊혀졌던 아니 잊고 살았던 소녀적 감성이 살아났다고 할까? 스무살 시절 남산팔각정에 올랐을땐 세상에 무서울것도 부러울것도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었다. 황홀하고 찬란한 미래가 펼쳐지리라는걸 의심하지 않은채 발아래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며 세상의 한가운데에 화려하게 우뚝 서리라고 다짐아닌 다짐을 했었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항상 어둡고 칙칙한 내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그땐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남산아래 도시의 야경은 화려한 겉모습에 속은 비어가는 현대인을 보는 듯하여, 눈은 즐겁지만 속은 씁쓸함을 어찌할수 없었다.
두 번째 드라이브때는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밤이 깊어 차량의 움직임마저 드문, 간간히 자동차 불빛이 잠시잠시 비추이는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올라서 도착한 남한산성 매표소앞. 한낮엔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차량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던 곳인데, 토요일밤엔 사람은 커녕 지나는 차 한 대도 없는 곳이었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계속 광주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간간히 음식점의 불빛만이 비추어 나올뿐이었다. 다시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가선, 도시의 야경을 감상할만한 그럴싸한 장소를 찾았지만 쉽사리 찾지 못하고, 어느 구부러진 길모퉁이에서 서울의 남쪽자락과 성남시내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산아래 보이는 도시풍경은 남산에서 내려다보던 휘황찬란한 야경은 아니었다. 칠흙같은 어둠이 적당히 끝나는 곳엔 작은 불빛이 옹기종기, 그 불빛을 지나가면 더 많은 불빛이 모여있는 곳이 이어지고... 차량들의 행렬인지 붉은 불빛의 이어짐이 보이고.

 

. 그저 우리네 사는 흔적들이 묻어나는 모습에 가슴이 싸아해지는 느낌에 옷깃을 여미었다.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 속엔 나의 생활의 터전도 있을텐데….
날이 더 추워지면 밤거리의 불빛도 더 차가워지겠지, 날이 더 추워지면 더 따스한 불빛이 그리워지겠지. 어느거리의 불빛은 따스하게 느껴지고 어느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게만 느껴지고 또 어느거리의 불빛은 차갑고 어둡게 느껴지고... 보는 이의 상태에 따라 불빛의 느낌은 도시야경의 느낌은 다양하리라.


밝고 따스한 불빛 속에서 항상 따스한 가슴을 지닌채 살기를 소망하지만, 생활은 소망하는대로만 꾸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