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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사는게 뭔지/정상훈

관리자 기자  2005.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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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 별거 없다
자신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듯
남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인생은 요지경이다. 정말로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삶인지?
작년에도 아무도 온다 간다 말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소리없이들 우리곁을 떠났다.
겨울엔 어머님도 그렇게 우리곁을 떠나셨다.


내 자신이 속이 훵 비어 날아간 것 같았다. 이젠 정말로 孤者가 되었다.
산다는 것은 어느 하나 확실한 것 없이 망망대해에 일엽편주 띄우듯, 각자 운명에 따라 바람과 파도에 몸을 맡기고 태어나  길고 긴 고행을 시작하지.


누구든 파도에 맞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느끼면, 순풍이든 역풍이든 내맡기고 힘을 빼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하지.
가끔은 짜고치는 고스톱판에 끼여들은 것처럼, 아니면 로또복권 몇장 사들고 매주 토요일 저녁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속고 또 속는… ‘혹시’가 ‘역시나’ 로 끝나는 그런 삶이 생각보다 많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작년 연말 대해일로 낙원 같던 서남아시아는 지옥으로 변했고, 대자연의 진노앞에 너무나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무력한 인간의 모습에서 우린 할말을 잃는구나.
처음 치과경력 10년이 지나니 그때 만해도 다 알 것 같아서 자신만만했었지. 그런데 30년이 다 되가니 이제 뭐 좀 알 것 같은데… 글쎄 10년후면 지금이 또 우스울 것 같구만.
인생이라는 것도 40대에는 그래도 철학공부 좀 했다고 뭐 좀 보인다 싶더니 요즘은 오히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우선 내가 나한테 헷갈리고 그렇게 살아오면서 평생을 기죽은 것도 아닌데 나한테 자신이 없어.


요즘은 거울속 내얼굴 볼수록, 친구들, 내 또래 환자들, 선배들 볼수록 얼굴에 늘어나는 나이테는 어쩔 수 없더군. 세월을 거스르는자 없고,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는데 그 말이 다 맞지!
먼저 가신 분들의 모습에서 점점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싫든 좋든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生老病死 의 course일거야. 나이들어서 내몸으로 남에게 신세지는 일 없도록 이제부터라도 각별히 신경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삶에 놀아나고 싶지는 않다.
나이가 들수록 부러운 사람도 없고 감격스러운 것도 없는 것은 나만의 문제인가?


들추고 싶은 얘긴 아니지만, 요즘의 우리나라꼴을 보자면 참 많이도 한심스럽다.
원칙도 무너져가고, 미래에 대한 희망, 목표, 지표 그런건 잘 보이지도 않고... 누구 말대론 작전이 잘 안선지 오래된 것 같네. 정치는 물론이고, 교육이니 경제가 근본적인 system이 망가졌으니 얼마나 걸려야 수리가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 유행어처럼 ‘그때 그때 달라요’ 가 정답인가 보다.


우리네 직업도 옛날하곤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그것도 짧은 시간동안에….
해먹고 살기도 힘들고 웬 규제는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4대보험이니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뭐 이런 것에 눌려서 氣도 못피고 주인이 종 된지 오래지.
세상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주객전도가 심한편이지. 앞으로 4+4 마치고 나오는 후배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 하구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거든.


삶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쓸데없는 걱정만 했구만. 어련히 알아서 살겠지.
“남의 걱정 말고 본인이나 잘해!” 어째 전두환씨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네.
人生은 변화와 순환이다. 살아있는 동안 각자가 자신을 remodeling 하는 것이다.
가끔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살아있는 자가 죽어 없어지니까 보충하려고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탄생을 위해서 산자는 죽어 줘야하는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세상의 원리란 二分法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야만하고,결국은 하나 둘씩 버리고 가는 것 일 꺼 라고 믿는다.
사는 거 별거 없다. 자신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듯, 남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