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평범한 네 명의 O형 남자가 ‘안경은오형’이란 그룹을 결성, 1집 음반 ‘Artificially delicious’를 공식 발매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평범한 샐러리맨들로 특히 그룹의 네 남자 중에 신흥 세렉 영업팀에 근무하고 있는 정규원 씨(30세)가 멤버로 포함돼 있어 그를 만났다.
“지난해 초여름쯤이었어요. 퇴근길에 녀석들과 명동의 한 골뱅이 집에서 만나 각자 샐러리맨 신세를 한탄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다 음악얘기가 안주거리로 올라왔고 번뜩 ‘안경은오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팀 이름이 ‘안경은오형’이 된 건 우연히도 네 친구 모두 안경을 낀데다 오형이기 때문이예요.”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음악을 해봐야 아마추어 수준 아니겠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중·고등학교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이들은 지난 99년 힙합그룹 ODC 1집을 비롯, 2000년 ‘2000년 대한민국’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천년의 꿈" 트랙에도 참여하는 등 꾸준히 음악을 해온 준 프로급 뮤지션이기 때문.
“음악이 열정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학 졸업 후 저를 포함한 네 명 모두 직장인으로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됐고 바쁜 일상에 쫓겨 음악에 대한 열정을 한 때의 꿈으로 묻어 둘 수밖에 없었는데... 다시 음악을 하게 돼서 생활에 에너지가 넘쳐요.”
정 씨는 특히 이번 음반에 ‘어느 샐러리맨의 비애’라는 곡을 직접 작사하고 랩도 불렀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직장이란 공간은 다닐만 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힘겨운 곳이기도 하잖아요. 그냥 그런 느낌들을 생각나는 대로 써 봤어요. 아마 많은 샐러리맨들이 직장생활과 일상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소심하게 살아가지만 투박한 뿔테 안경을 벗으면 슈퍼히어로가 되는 슈퍼맨처럼... 그런 일탈을 꿈꾸지 않을까요.”
정 씨는 자신의 음악을 1집 타이틀처럼 ‘Artificially delicious’ 즉, 지친 일상 중에 잠깐 짬을 내서 마시는 달콤 씁쓸하면서 인공적인 ‘인스턴트 커피의 맛’으로 표현했다.
“저희 음악이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들에게 나른한 오후에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한잔처럼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 씨는 “앞으로도 삶의 활력을 위해 음악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면서 치과의사 회원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니만큼 자신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세렉 제품에 대한 홍보도 잊지 말고 실어 달라”며 마지막까지 신흥 영업맨다운 기지를 발휘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